옛날옛적, 스물 세네살 즈음에? 이 필름카메라를 중고로 샀던 것 같다.
처음으로 해보는 중고 거래라서 걱정이 많았는지;
중고거래 전 저녁으로는 만두를 먹었고, 횡단보도를 건너가 만났고, 하는 등의 사소한 과정들이 촤라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초보자의 운, 이라고.
이 필름카메라를 처음 만지던 때에 찍었던 필름들은 참 잘 나왔었는데
언젠가부터 인화할 때마다 죄다 어둡거나, 혹은 필름이 아예 안감겨있었다거나.
해서 기대에 부풀어 있던 내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올해 6월 즈음 경주로 여행 갔을 때도, 아 이건 작품이겠다, 하고 찍은 게 꽤 됐었는데
알고 보니 필름이 하나도 안 감겨 있었다.
혹시나, 설마, 하면서 뚜껑을 열어 확인해보려할 때, 정말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서 진정이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갑자기 열이 나면서, 이 놈의 필름카메라따위, 갖다팔아버려야지, 했다가
다시 한번만. 딱 한번만 더 시도해보자. 마음 먹은 지 3개월 만에.ㅋㅋ
현수에게 필름 넣는 것부터 다시 배우려고 창덕궁으로 출사를 다녀왔다.
창덕궁 정말 예뻤다.
그 전에 마신 커피도 맛있었고
그보다 전에 먹은 초당순두부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날씨가 좋았다.
아직 출사가 취미까지는 아닌데, 이번에 잘 나오면 취미로 좀 격상시켜야겠다. 필카에 먼지 그만 쌓이게.
@ 창덕궁, 9월 13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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