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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very 3rd Wednesday - ARTNINE day


매월 셋째주 수요일은 4시 조기 퇴근 하하

2시간 일찍 이수역에 도착하고보니 추운 이 밤에 할 일이 없다

비도 부슬부슬 오고 하니 넋 놓고 걷기에도 마땅치 않은 날씨

값진 이 시간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 찾아간 곳이 아트나인


때마침 시작한 영화가 있기도 했지만 그것은 일주일 전에 본 이터널 선샤인

별로 아쉽진 않았다 애초에 영화 볼 생각은 없었다

주말 아침 영화 프로그램 즐겨보듯, 영화 포스터가 읽고 싶었다

통째로 감상하는 영화도 재밌지만, 몇 가지 실마리를 포인트 삼아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그에 못지 않다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까지 마시다 보니 뭉게뭉게 떠오르는 구름들

직원에게 모나미 펜을 하나 빌리고, 11월 13일부터 20일까지의 상영표를 뒤집어 메모지로 삼은 뒤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1. 사람 구경 재밌다. 아트나인 카페에 앉아서 구경하고 있다. 여자가 먼저 와서 기다리는데, 남자가 상영 시간보다 늦어서 이터널 선샤인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메가박스에서 팝콘이랑 콜라를 사다가 늦은 것 같다. 아트나인은 음식물 반입 금지인데... 그래도 여자친구는 화내지 않았다. "밥이나 먹으러 갈까?"


2.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네 명 있었다. 아니, 다섯명이다. 이럴수가. 방금 한 명 또 왔다. 몇 명을 뽑는거지? 경쟁률이 치열하군. 해당 회사 직원으로서 면접자를 맞이하는 것도 어색한 일이지만, 나 이렇게 손님으로 앉아 있는데 내 앞에 두 명의 면접자를 앉히다니. 이렇게 마주하는 것도 기분 오묘하군. 면접자끼리 한 테이블에 앉혀 놓았더니 그들 간의 분위기가.. 참 어색하다. 말이라도 걸지 서로.


3. 내가 앉은 자리 바로 뒤에, 굉장히 매력적인 자리가 있다. 소파가 좀 편한지. 자꾸 사람들이 앉았다 가고, 앉았다 가는데 나랑 대화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서 그들의 대화가 자꾸 내 귀에 와 닿는다. 


4. 아까는 딸과 엄마가 앉았다 갔다. 이터널 선샤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는데, 딸이, 이 영화를 집에서 한 번 봤는데, 이건 제대로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다고, 인셉션처럼, 시간이 자꾸 바뀌기 때문에 집에서 봤을 땐 이해를 못했다고. 안 본거나 다름 없다고, 그랬다. 음 맞다. 이건 영화관에서 집중하고봐도 나같은 애는 흐름을 놓칠 수도 있을 만큼 조금ㅋㅋ 헷갈린다.


5. 저기 앞에 혼자 앉아서 스파게티류? 음식을 먹는 여자가 보인다. 나 같은 부류인 듯. 혼자서도 잘 먹는 사람.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은. 친해지고 싶다.


6. 지금 내 뒤에는 고딩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다. 남자의 말이 계속 내 귀에 걸려든다. 

"뭐하지? 시간이 너무 많아." 하는 이 아이는 매력이 없다. 

"요새 누가 한의원 가냐?"라고 말하는데, 우리 쌤언니는 방금도 한의원에서 침 맡고 오는 길이다.ㅋㅋ

"너 오른쪽 눈이 더 크다." 나도 오른쪽 눈이 더 큰데. 하하. 여자친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렇게 그녀 얼굴의 생김새에 대해 한 마디 툭, 던져주는 건, 조금 좋다. 


7. 조금 오랜만에 커피를 마셨다. 라떼는 특히. 한 열흘만에? 11월 초, 일주일 내내 라떼를 마셨더니 맛이 없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마시니 와 진짜 맛있다. 행복한 수요일 저녁. 매달 셋째주 수요일마다 아트나인을 오는 것도 재밌는 나 혼자만의 의식이 될 수 있겠다. every 3rd Wednesday ritual.


8.  앗. 아까 혼자 파스타 먹던 여자분이 자리를 옮겨 앉으시더니 생맥주에 프레즐 과자를 드신다!! 같은 공간에서 2차까지. 와ㅋㅋㅋ 자리는 왜 옮기신거지. 새로운 기분으로? 암튼 재밌는 분이시다.


9. 오늘은, 주관적인 느낌으로, 내게 참 잘 맞는 옷을 입었다.(ㅋㅋ) 티 빼고는 또 다 엄마 옷이다 하하. 치마 예쁘단 얘기도 들었고 기분 좋다. 유리 혹은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좋다. 이런 날 내 모습을 보여줄 사람이ㅋㅋㅋ 메디앙스사람뿐이라니!! 오늘 쌤언니랑 예쁨 대결 하기로 했는데- 이길 것 같음 캬하하


10. 갑자기 떠올랐는데, 여기 아트나인에서 소개팅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야기의 소재가 끊이질 않을 것 같다. 테라스 분위기도 좋고, 맥주도 마실 수 있다. 음악도 좋고 커피도 맛있다. 다 좋다. 근데, 난 소개팅을 그만하고 싶다.ㅋㅋ 다른 사람한테 추천이나 해줘야지.


11. 아트나인에 왔더니 보고싶은 영화가 넘쳐난다. 큰일이다. 요즘 진짜 가난한데ㅋㅋ. 다 보고 싶다. 특히 <춘희막이>. 나 할머니 할아버지 좋아함. 귀여운 할머니 할아버지. <세컨드 마더>도 보고 싶다. 아트나인에 다시 와야지. 영화는 혼자 보는 맛이 일품.


12. 주중 한 가운데, 수요일에,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출 수 있어서 좋다. 헬스장 가는 것보다 더 많은 땀이 흐른다. 목요일과 금요일을 견뎌낼 힘이 생긴다. 사실 견딘다는 표현을 쓰는 건 마음에 들지 않고. 음. 억지스러운 느낌이잖아. 즐겁게 일하러 가고 싶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느낌에 긴장감이 더해져서 즐긴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지만 곧, 즐겁게. 내 일터를 가는 길이 힘들지 않게, 그렇게 되었으면 -


13. 주변 사람들이 계속 스물아홉이 되는 걸, 그리고 서른이 다가오는 걸 두려워 한다. 근데 난 2016년 10월 즈음이 기다려진다.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난 이제야 인생의 2막이 열리는 것인지라. 스물아홉, 서른이 되어야 내 인생이 또 다른 국면에서, 기쁨을 느낄 것 같다. 스물 아홉을 기다리며- 


2015.11.18. WED. at ARTNINE







마구 적어내려간 잡념들

또 읽어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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