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영화

[리틀 포레스트] 아름답고 건강하다 ★★★★★






올 해, 앞으로 또 얼마만큼 좋은 영화를 만나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2018년의 끝자락에 '올해의 BEST MOVIE 5'를 꼽을 때면, 이 영화는 무조건 순위 안에 들 것이다.


영화 중반부, 잘 익은 감을 따내어 껍질을 정성스레 깎은 후, 옷걸이 같은 것에 감을 하나하나 걸기 시작할 때,

영화를 함께 보고 있던 동반인이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곶감'

왜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아름답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나는 곶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단 한번도 궁금해한 적도 없었고, 

그러므로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본 적도, 귀로 들은 적도 없었는데, 

우리집 냉동실에 들어있는, 내가 눈길도 주지 않는 그 곶감이

저렇게 아름다운 계절과 귀한 손길로 탄생하는구나,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곶감'에 경외심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물론 그 곶감을 만들어내는 계절의 힘과 사람의 정성이 더욱 놀라운 것이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몇 년 전에 본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사실 내겐 조금 지루했다.

식물이나 음식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나와 그것들에 관심이 지대했던 내 친구가 그 영화를 보는 관점은 많이 달랐을 터.

지루했다고 감상평을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잘 봤다는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조금 각색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지금의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삽입되고, 

친구들과 엄마의 이야기가 조금 더 가미되면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상업적인 요소 즉 흥미유발요소의 밸런스가 잘 맞았다고 해야 하나.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영화에 취해서 계속 '아름답다' '너무 좋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특별히 좋았던 장면은, 직접 빚은 막걸리를 마시며 세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던 거실,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

자꾸 맴도는 대사는, "널 이 곳에 심어주고 싶었다"는, 엄마가 남긴 편지의 한 구절.


그리고 출연진 이름에 오른, 오구와 성견 오구 진원이, 

<리틀 포레스트> 제작에 도움 주신 모든 분들과 동식물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메시지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이 푸근해졌다.




나는 '아주심기'를 꿈구며 여전히 '옮겨심기' 중이지만

아주심기에 연연하기보다는 먼저 나만의 '작은 숲'을 일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만의 작은 숲. 




어쩌지. 김태리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