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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소설가의 일] 김연수, 문학동네


친구의 추천이 있었다.

그러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7번 국도, 세계의 끝 여자친구 등을 실패했다.

대체 그 친구는 이 책들을 무슨 재미로 어떻게 읽은거지, 신기했다.

이후 스스로 찾아 읽은 원더보이, 유일하게 한 권 성공했다.


김연수라는 소설가는 내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려운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소설가의 일, 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는데,

소설도 에세이처럼 쉽게 쓰면 안되냐 라는 얘길 들을 정도로 재미있는 에세이라길래

과감하게 선구매 후독서!


와 정말, 아래 메모해 둔 글귀 외에도 줄 그은 곳이 많았고

개인적으로 글 쓰는 행위를 즐거이 취미로 하는 내가 새겨들어야 할 말도 많았다


그러나 초반, 어 그럼 나도 소설을 한 번 써볼까, 했던 마음이

책을 다 읽은 후엔 싹 사라져 있었다.ㅋㅋㅋ 소설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가의 일
국내도서
저자 : 김연수
출판 : 문학동네 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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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고 죽는다면 어쩐지 내 인생에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9


책을 덮기 전에 페이지의 여백에 그날 하루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는 것도 계속해야 한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2012년을 기록하고 싶으니까. 11


독자에게 과거란 어떤 책을 읽지 않은 상태를 뜻하고, 미래란 어떤 책을 읽은 상태를 뜻하겠지. 그렇다면 독자에게 현재란? 어떤 책을 읽고 있는 상태다. 11


자작나무와 더불어 자작이라는 말이 붙는 단어 중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일 '자작시'였다. 14


좋은 시를 쓰는 것인지 아닌지, 내게 시인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따위의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매일 몇 편씩, 때로는 몇십 편씩의 시를 노트에 썼다. 15


스무 살의 내가 역전 근방에서 매일 몇 편씩, 때로는 몊십 편씩의 시를 노트에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를 비롯한 동네 가게 주인들의 세계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획기적으로 나아지지도, 그렇다고 갑자기 나빠지지도 않는 세계 속에서, 어떤 희망이나 두려움도 없이, 마치 그 일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세계 속에서.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시를 썼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나면 그건 도무지 내가 쓴 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새로운 사람, 즉 신인新人이 됐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19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29


2012년 여름에 펴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나는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라고 썼는데 124


아흔아홉 명이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데, 왼쪽으로 가는 한 명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게 여기는 작자가 소설가다 144


그렇게 해서 평생에 걸쳐서 소설 365권과 비소설 365권을 선정한 뒤 일흔 살이 지나면 매일 한 권의 소설과 한 권의 비소설을 읽으면서 지내고 싶다. 그러니 내 노후대책이라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730권의 책을 마련하는 것이랄까. 168


그보다는 자신이 잘 몰랐던 일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흥미롭고, 미처 몰랐던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뜻밖의 기쁨이다. 날마다 이 재미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 그게 바로 소설가의 일이다.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