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행복하지 않다.
너무 자주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의지가 없고, 눈물이 흐른다.
pms인가, 건강에 문제가 있나, 비타민을 챙겨먹어볼까, 설마 우울증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비타민을 정말 열심으로 간절하게 챙겨 먹었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은 몰입하지 않는 삶에 원인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운동도 안하고, 독서도 쉬고, 글쓰기도 소홀히 하고,
일에도, 관계에도, 그 무엇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혹은 안했던) 2016년 하반기
이 책이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개발에의 의지를 북돋게 해준 책.
새로운 길을 가려는 내게 용기를 준 책.
2017년을 맞이하기 전,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책.
|
우연히 터진 사건이 한 사람의 진로를 엉뚱한 방향으로 바꾸어놓는 경우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은 모처럼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할 수도 있는데, 바로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마음이고 그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이다.17
긍정적 감정의 전형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다. 우리가 일을 하는 궁극적 목표는 행복을 체험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 사상가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도 한두 명이 아니다. 우리가 재산, 건강, 명예를 바라는 것은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이런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31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주는 목표를 개발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력을 충분히 써먹지 못할 경우, 우리는 좋은 감정의 극히 일부만을 맛보게 된다. 35
꿈이 없고 위험이 따르지 않는 삶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36
심리적 엔트로피는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하는 일에서 가장 높이 나타났다. 결국 내적 동기 부여(이것을 하고 싶다)든 외적 동기 부여(이것을 해야 한다)든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집중을 해야 할 어떤 목표도 갖지 못하고 마지못해 일을 하는 상태보다는 삶의 질을 끌어올려 준다.
가슴, 의지, 저신이 일치할 때의 뿌듯함을 우리는 좀처럼 맛보기 어렵다. 감정, 목표, 사고가 일치하지 않고 의식 안에서 격투를 벌이며, 우리는 그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는지 생각해 보자. 가령 스키를 타고 산비탈을 질주할 때 우리는 몸의 움직임, 스키의 위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공기, 눈 덮인 나무에 주의를 집중한다. 갈등이나 모순을 의식할 짬이 없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간 눈 속에 고꾸라진다. 그러니 누가 딴 생각을 하겠는가? 활강이 너무도 완벽하여 우리는 그것이 한없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순간의 경험에 완전히 몰입힌다.
당신에게 스키가 별볼일없는 것이라면 그 장면에 당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넣어보라. 그것은 성가대에서 부르는 합창일 수도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일일 수도 있고, 춤이나 카드 놀이, 독서일 수도 있다. 혹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처럼 당신도 일을 좋아한다면 까다로운 외과 수술이나 피가 마르는 상담에 몰입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또는 좋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엄마가 아기와 놀 때처럼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순간에 완전히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순간의 공통점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이아. 이 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일상 생활에서는 좀처럼 그런 경험을 맛보기가 어렵지만 그 순간에는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이 순간을 나는 '몰입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것은 운동 선수가 말하는 '몰아 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말하는 '무아경', 화가와 음악가가 말하는 미적 황홀경에 다름아니다. 운동 선수, 신비주의자, 예술가는 각각 다른 활동을 하면서 몰입 상태에 도달하지만, 그들이 그 순간의 경험을 묘사하는 방식은 놀라우리만큼 비슷하다. 44-45
몰입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지도 않은 과제를 극복하는 데 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행동력과 기회 사이에 조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바람직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과제가 너무 힘겨우면 사람은 불안과 두려움에 젖다가 제풀에 포기하고 만다. 과제와 실력의 수준이 둘 다 낮으면 아무리 경험을 해도 미적지근할 뿐이다. 그러나 힘겨운 과제가 수준 높은 실력과 결합하면 일상 생활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심도 있는 참여와 몰입이 이루어진다. 46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여한 없이 쓸 때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일 자체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다. 몰입해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행복을 느끼려면 내면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눈앞의 일을 소홀히 다루기 때문이다. 암벽을 타는 산악인이 고난도의 동작을 하면서 짬을 내어 행복감에 젖는다면 추락할지도 모른다. 까다로운 수술을 하는 외과의나 고난도의 작품을 연주하는 음악가는 행복을 느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비로소 지난 일을 돌아볼 만한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이 한 체험이 얼마나 값지도 소중했는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것이나. 달리 표현하자면 되돌아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48
어떻게 하면 좀더 신바람 나는 몰입의 상태로 넘어갈 수 있을까? 답은 자명하다. 실력 연마에 좀더 힘을 쏟아야 한다. (중략) 과제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러므로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이다. 새로운 수준의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다. 이상적으로 보면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도 꾸준한 성장의 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몰입의 단계로 넘어가기에는 권태와 무력감이 너무 강하여 비디오처럼 이미 나와있는 규격화된 자극으로 우리의 정신을 채우거나, 필요한 실력을 닦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마약이나 술 같은 인위적 이완제가 가져다주는 몽롱한 상태로 가라앉는다. 최적의 경험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첫발을 내디딜 기운조차 없는 경우가 흔하다. 50
그러므로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가장 보람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루의 활동을 설계해야 한다. 말은 쉽다. 그러나 습관과 사회적 관성의 압력이 워낙 크게 작용하므로 우리는 어떤 일이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주는지, 어떤 일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56
정말로 성숙해지려면 대화를 통해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참신한 사고를 가진 상대를 만나야 한다. 61
경험의 질에 창조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누구와 하느냐 못지 않게 어떤 여건에서 하느냐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산책과 휴가는 마음을 깨끗이 하고 관점을 바꾸며 자기의 상황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버리고 자기의 취향을 살려 집이나 사무실 분위기를 안락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타성에 젖은 삶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63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우리가 매일 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어떤 활동,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어떤 사람 옆에서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를 포착해야 한다. 66
몰입을 낳는 활동은 대부분 명확한 목표, 정확한 규칙, 신속한 피드백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바로 이런 외적 조건들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집중하고 긴장한다. 그런데 여가 시간에는 이런 외적 조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여가 시간에 운동을 한다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몰입을 위한 조건이 갖추어진다. 하지만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만 주어졌을 때는 몰입과는 정반대의 현상인 심리적 혼돈과 무기력 상태로 들어간다.
여가 활동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 능동적 여가와 수동적 역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게 심리적 효과도 당연히 판이하게 나타난다.
자전거를 타거나 농구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것이 하릴없이 상가를 쏘다니거나 TV를 보는 것보다 즐겁다는 걸 청소년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가령 농구를 하려면 시간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야 한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도 적어도 반 시간 가량을 연습을 하면서 손을 풀어야 슬슬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은 하나같이 처음에 어느 정도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그 다음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한 활동을 즐기려면 그런 '시동 에너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91
직장인에서 목수로 변신한 사람은 창조적 적응의 본보기로 꼽을 만하다. 그런 사람들은 최대한 몰입 경험을 할 수 있는 생산 활동이 나타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는다. 98
여가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려면 일을 할 때처럼 창조력을 발휘하고 정력을 쏟아야 한다. 사람을 성숙시키는 능동적 여가는 저절로 굴러오는 게 아니다. 100
한 사람의 삶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므로 사람은 직장 생활에서 당연히 즐거움을 얻고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보수가 많고 안정성이 높다면 아무리 지겨운 일을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자세는 깨어 있는 시간의 4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하는 소중한 시간을 방기하는 태도다. 135
하지만 가장 현명한 길은 설령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처지에 봉착하더라도 한시바삐 지금까지 해온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인생을 길게 보면, 물질적으로는 편해도 마음은 편치 못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백번 낫고 또 의당 그래야 옳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란 참으로 힘들며 자신에게 무서우리만큼 정직해야 한다. 136
우리는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결혼 생활에서 섹스보다 더 중요한 게 대화라고 확신한다. 150
대화를 유익하게 나누는 비결은 따로 없다. 먼저 상대방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상대의 관심은 어디에 가 있는가? 무엇에 빠져 있는가? 무엇을 성취했고 무엇을 앞으로 성취하려고 하는가? 이런 점들을 따져보고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상대방이 던지는 화제에 호응해야 한다. 대화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나서서는 안 되며 같이 움직여야 한다. 좋은 대화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재즈 연주와도 같다. 처음에는 원래 악보대로 연주하지만 점차 임의로 변주하면서 기가 막힌 새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154
"내가 하는 일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서 그것을 즐기는 동안은 다른 걸 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155
흥미롭지 않은가. 그것은 내 만족의 원천이다. 중요하다가 생각하는 어떤 일을 이루어내는 것. 그런 의식이랄까 의욕이 없으면 인생은 무료하고 허망할 것 같다. 난 그런 식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가치 있다고 느낄 만한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것만 밝히는 그런 인생을 나는 죽기보다 싫어한다. 156
하지만 관심을 사심 없이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삭막한가. 그런 사람은 경이를 느낄 줄도 모르고 놀랄 줄도 모르고 감탄할 줄도 모르며, 인간의 공포와 편견이 정해 놓은 울타리를 감히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과 관심을 키우는 연습을 해오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 점에 신경을 써야 한다. 168
우리가 어떤 사람의 생활이나 생각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은 스쳐 지나가는 남일 뿐이다.
관심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은 경험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이며 그것은 곧 삶의 질로 직결된다. 정보는 우리가 그것에 관심을 기울일 때만 우리에게 다가온다. 170
"우주의 미래가 내 한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접지 말되,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걸 비웃어라." 이처럼 진지한 유희의 정신이 살아 있고 근심과 겸손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사람은 어딘가에 전념하면서도 무심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지혜를 익힌 사람은 반드시 이기지 않아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175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자아상이 없이는 멀리 나가지 못한다.
그리스의 현자는 지금으로부터 벌써 삼천 년 전에 "너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이 문제를 깊이 성찰한 사람들은 행복한 삶의 첫걸음은 역시 나를 알고 다스릴 줄 아는 지혜에서 비롯된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179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게 좋다. 180
'문화생활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0) | 2017.01.18 |
---|---|
[식물생활] 안난초 (0) | 2017.01.13 |
[환상통] 이희주, 문학동네 (제 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0) | 2016.10.03 |
[애프터유] 조조 모예스, 아르테(arte) (0) | 2016.08.30 |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문학동네 (0) | 2016.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