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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문학과 지성사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듣기 시작한 것을 후회한다.

팟캐스트를 듣고난 후, 블로그 포스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스스로 이해한 것 외에 이동진님과 김중혁님의 설명으로 더 이해하게 된 것이 많아지면서

블로그에 어떤 것부터 적어내려가야할 지

이 새벽에, 새벽 1시 19분을 넘어가는 이 시각에, 굉장히 난감해졌다.

나 겨우 1부만 들었을 뿐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을 읽기 전에 빨간책방을 들었다면, 결코 난 [당신들의 천국]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철학 종교 정치 권력의 문제가 뒤엉켜 있다고, 존재론적인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감히, 무서워서, 난 이 책을 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일단 읽고난 후라면, 빨간책방에서 하는 얘기들을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동진님과 김중혁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달콤하게 곱씹으며.



이 책, 평소의 나라면 열흘짜리 감인데, 선영언니의 무언의 압박으로 사흘 만에 완주했다. 고맙다.




당신들의 천국

저자
이청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3-05-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풍광 화려한 소록도에서 끈질기게 투병하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통...
가격비교



중심인물: 이상욱 보건과장과 조백헌 원장 (이 둘의 대결 구도)

주변인물: 주정수 원장, 사토, 황희백 노인, 이정태 기자, 한민 청년, 이순구 지영숙 (이상욱의 부모, 섬을 나간 소년의 이야기)


1976년에 단행본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소설,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129쇄까지 찍었다고 한다.

한국의 역사, 그리고 한일 역사까지 품고 있다고 하는데, 역사 젬병인 내가 그런 속내까지 이해했을리는 없고.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하는 [병신과 머저리]라는 작품으로만 익숙한 이청준 작가

이규태 기자의 르포 기사를 읽고 이청준 작가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즉, [당신들의 천국]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 줄거리 (이동진 작가님의 말에서 따옴ㅋㅋ)

나병 (현재, 한센병이라고 함) 환자를 격리 수용한 전라도의 소록도 병원에 새로운 원장(조백헌)이 부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이 섬의 문제가, 나병 환자들의 괴로운 신체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신 상태에 있다고 여기고

그들의 자립을 마련해주고자 "나환자들의 천국"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조백헌 원장의 계획을 가장 비판적이고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상욱 과장이 있다.


# 내가 생각하는 키워드 5: 동상 배반 사랑 자유 믿음

# 김중혁 작가가 고른 키워드 2: 동상 탈출


이 소설의 초반에 나오는 동상, 이란 개념부터도 실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약과. 뒤로 갈수록 난리남. 

3부에 수없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사랑 자유 믿음.... 이것들이 이렇게 어려운 단어인 줄 몰랐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온 마음 온 정신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도 두 번 읽으니까 조금 나아졌다. 이제는 황장로가 하는 말, 그리고 조원장이 하는 말을 조금은 이해했다.



# 동상: 사후에까지 남는 자기의 명예에 대한 과욕 (from 빨간책방)


상욱은 불안했다. 결국 이 사내에게도 동상이 숨겨져 있었던 것인가. 63


하기야 사람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난 자 어느 부처님이라고 자신의 동상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인가. 누구에게나 가슴속 깊은 곳에는 그런 동상이 하나씩 숨겨지고 있게 마련인지 모른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에 따라 그것을 어떻게 숨기고 지내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참으면서 그 동상의 환상에서 끝끝내 눈을 감고 견딜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중략) 원장 자신이 그의 좁은 가슴 속을 튀어나와 만인 앞에 자랑스럽게 서고 싶은 그 은밀스런 동상의 충동을 어떻게 현명하게 견디어내느냐는 점이었다. 그의 약속이라는 것은 적어도 자신의 동상과 그 동상의 충동을 외면하고 난 다음의 것이어야 했다. 64


당신은 이 일을 하는 동안 당신 일신을 위해서는 어떠한 공훈이나 명예도 좇지 않을 것이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우상도 만들지 않을 것임을 여기 모인 증인들 앞에 주님의 이름으로 서약하시겠습니까? 184


"전 원장님께서 절 어떻게 생각하시든 역시 원장님을 믿고 있는 편입니다. 믿고 있기 때문에 감히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원장님께서 모든 일을 끝내고 떠나려고 하지 말아주십시오. 이 섬 사람에겐 그런 원장님의 경험을 남겨주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305



# 배반


한데도 주정수의 신념은 변할 수가 없었다. 그의 낙원은 좀더 크고 화려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원장이 되어야 했다. 122


주정수는 공원 시설을 훼손을 염려가 있다 하여 원생들 마음대로 공원 지역을 출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공원을 언제나 깨끗이 단장시켜놓고, 섬을 찾아오는 손님만 있으면 어김없이 그곳으로 데리고 가서 이 섬에 건설한 그 자랑스런 원생들의 낙원을 증거해 보였다.

도대체 모든 것이 배반의 연속이었다. 자신들의 낙원을 꾸미기 싫어 목숨을 내걸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행작으로부터, 원생들의 휴식과 위안을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 오히려 그것을 누릴 사람들에게 모셔지고 있는 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가지도 배반 아닌 일이 없었다. 157


다름 아니라 주정수는 마침내 그의 천국 건설의 장엄한 대미를 자신의 동상으로 장식할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마지막 배반극이 감행되기에 이른 것이다. 160



# 사랑 자유 믿음

336p 404- 406p

이 페이지들을 읽으며 대충 소화는 시켰는데, 부족한 필력으로 인해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 추상적인 개념들.



# 천국


그것은 한마디로 원장님과 섬사람들의 길이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장님이 아무리 섬사람들을 생각하고 섬을 위해 노고를 바치고 계셨다 해도 원장님은 결국 그 섬 사람들과 같은 운명을 사실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원장님께서 꾸미고자 하신 섬사람들의 낙토가 원장님과 섬사람들의 공동의 천국은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은 저들의 천국이라 하고 저들은 원장님의 천국이라 말하게 되겠기 때문이었습니다. 379


원생들은 참으로 환자다운 환자가 되어갈수록, 그리고 그들의 천국이 자랑스러워지면 자랑스러워질수록 아무도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뛰어넘으려 하지 않는 울타리보다도 더 높고 안전한 울타리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원장님께서 이 섬 위에 세우고 계신 천국이란 어떤 것입니까. 환자다운 환자들에게만 천국일 수 있는 천국, 환자로서의 불행을 스스로 수락하는 체념 위에서라야 비로소 천국일 수 있는 천국, 오직 그런 뜻의 천국일 뿐이었습니다. 395


-> 제목이 '당신들의 천국'인 이유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소설을 읽기 전 '개판본을 다시 꾸미면서' 이청준 작가님이 적었던, "그러면서 나는 어느 땐가 그것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어 불릴 때가 오기를 소망했고, 필경은 그 때가 오게 될 것을 확신했다."라는 부분까지도 함께 소화할 수 있게 해주었던. 



# 기타


어린 시절부터 그는 자신이 사람들의 시선에 얹히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다. 18


원장이 취기를 아끼고 있는 기미가 엿보이자 상욱 쪽에서도 혈관 속을 흐르기 시작한 알알한 알코올기를 한껏 인색하게 견뎌내고 있었다. 71


본심을 드러내 말하기 전에 으레 변죽부터 울려 들어오는 그의 독특한 화법이었다. 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