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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나 아닌 다른 삶] 엠마뉘엘 카레르, 열린책들 (전미연 옮김)


너무 울었다

내일 오후(추석)에 친척들 만나 뵈러 가는데

못생긴 얼굴을 들고 가게 생겼다




나 아닌 다른 삶

저자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1-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대작가, 대작, 새로운 문학이 탄생했다!!" ― [누벨 옵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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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엘렌, 로드리그, 잔

델핀, 제롬

에티엔, 나탈리

쥘리에트, 파트리스, 아멜리, 클라라, 디안



*



이 소설의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1인칭 화자인 '나'가 설명하는 '나'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을 엿보았다. 곳곳에서.

위로를 받았고, 안심했고, 그래서 애정이 갔다.

 

암투병을 하는 쥘리에트, 그리고 다리를 저는 에티엔과 쥘리에트의 환경이

결코 남일같이 여겨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소설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을 것이다.


우정이라고 정의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우정이라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는 쥘리에트와 에티엔의 관계.

그리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슴 속 꽉찬 사랑을 하는 쥘리에트와 에티엔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을 숱하게 가졌으면서도, 사랑에 부자인" 그들이 부럽다. (본문 54)



*


"나 아닌 것들로 시선을 돌리고 나니 그것들이 결코 내 바깥에 있지 않으며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내 외부에 존재하는 것들, 혹은 그렇다고 믿었던 것들을 통해 내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373 역자 후기 중


그날 아침, 나는 낯선 손이 내 눈을 감겨 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나는 혼자였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내 눈을 감겨주는 수밖에 없었다. 14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여자는 모든 걸 잃었어. 이건 그녀가 모든 걸, 적어도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지. 사랑을, 사랑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열망을, 사랑을 지속시켜야겠다는 의지를, 그리고 사랑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말이야. 나는 그녀가 갖지 못한 것을 숱하게 가졌으면서도, 사랑에 부자인 그녀가 부러웠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렇게 한 여자와 인생을 함께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54


겨울이라 일찍부터 전등을 켰고, 오후는 더디게 지나가고 있었다. 83


방문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도착할 때 그렇지 않으면 떠날 때라도 반드시 그렇다. 83


절뚝이끼리,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을 몸으로 경험한 사람끼리. 122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125


그는 사람들과 의견을 같이하기 위해 의견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중략)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더욱 사랑하는 이유로 우리의 결점을 지적한다면, 언제나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는가? 140


내가 한 행동이다, 수치스럽다, 그런 수치 역시 내 일부다, 나는 그걸 부정할 마음이 없다. 154


에티엔, 시간이 됐다. 그는 지금까지도, 에티엔, 시간이 됐다, 라는 말을 해야 했던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아버지는 했다. 155


나는 그렇게 논쟁의 여지가 있고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에 나만의 이론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권위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164


우리가 인생을 통해 찾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것뿐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는 한량없는 슬픔. 168


그리고 답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224


둘 다 손에 특별히 예민했다고 파트리스는 회고했다. 손가락들이 서로 스치고, 어루만지고, 몇 시간 동안 얽혀 있었지만, 한 번도 같은 느낌이 아니었고, 매번 새롭고, 매번 벅찼다. 234


그는 좋게 보일 생각도, 나쁘게 보일 생각도 없었다. 그는 어떻게 보이고 싶어 애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내 생각을 신경 쓰는 사람도 아니었다.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자기방어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가 지닌 엄청난 힘이었다. 240 (파트리스)


에티엔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더 많이 남용해야 해요. 장애인이 아닌 척 행동하는 장애인으로 사느라 죽을 고생을 하는, 그런 함정에 빠져선 안 돼요. 258


저는 당신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할 때가 좋아요 266


그쪽으로 귀가 훈련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266


에티엔은 앞으로 둘이 다시는 볼일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쥘리에트는 이제 그의 일부였고, 그의 한쪽 머릿속을 차지하게 됐고, 이따금 그의 내적 독백을 받아 주는 상대였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자신이 그런 존재라고 확신했다. 289


파트리스 앞에서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했지만, 에티엔 앞에서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비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무한한 공포와 절망도 보일 수 있었다. 300


파트리스는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현인들이 행복의 비결로 꼽은,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 여기, 그리고 지금을 살라, 라는 원칙을 본능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310


그녀가 돌아오는 여름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했고, 이런 반응을 눈치챈 그녀가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만약의 경우>를 얘기한 것이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었다. 323 (322-323 죽음 이후를 준비하고 떠날 수 있다는 것)


그녀는 그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그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녀는 다름이었고, 뜻밖의 선물이었고, 기적이었다. 일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그것도 운이 아주 좋은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기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불평을 할 수가 없어요, 파트리스가 결론을 내렸다, 나느 ㄴ그런 행운을 누린 사람이니까요. 336


엄마가 죽어서 내가 클라라나 디안보다 훨씬 더 힘들어요, 엄마한테 인사를 못했으니까요. 무서웠어요.

- 나는 아멜리가 자책감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밖으로 표현하고 나면, 훗날 아이의 인생이 원인조차 모르는 죄의식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침묵의 폐해와 함께 말의 효용을 주장하는 (생략) 342-343


끊지 못한 속박의 끈이 너무 많았고, 풀지 못한 매듭도 너무 많았다. 355


프로이트는 사랑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정신 건강이라고 정의했다. 356


그리고 지면에 옮기지 못한 페이지, 30 69 260-263 331 338 339 345 351 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