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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재석 선배가 추천해 준 책 중에서

유일하게 내 수준에 맞았던,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



한국이 싫어서

저자
장강명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5-05-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글로벌 세대’의 글로벌 행복론 20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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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몰랐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봤어. 나는 먹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 맛있는 음식이랑 과자를 좋아하지. 또 술도 좋아해. 그러니까 식재료랑 술값이 싼 곳에서 사는 게 좋아. 그리고 공기가 따뜻하고 햇볕이 잘 드는 동네가 좋아. 또 주변 사람들이 많이 웃고 표정이 밝은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 매일 화내거나 불안해하는 얼굴들을 보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게 전부야. 그 외에는 딱히 이걸 꼭 하고 싶다든가 그런 건 없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아는 건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쪽이야. 일단 난 매일매일 웃으면서 살고 싶어. 남편이랑 나랑 둘이 합쳐서 한국 돈으로 3000만원만 벌어도 돼. 집도 안 커도 되고, 명품 백이니 뭐니 그런 건 하나도 필요 없어. 차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돼. 대신에 술이랑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에는 돈 걱정 안 하고 먹고 싶어. 어차피 비싼 건 먹을 줄도 몰라. 치킨이나 떡볶이나 족발이나 그런 것들 얘기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남편이랑 데이트는 해야 돼. 연극을 본다거나, 자전거를 탄다거나, 바다를 본다거나 하는 거. 그러면서 병원비랑 노후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152


지명은 고개를 숙인 채 내 얘기를 들었어. 아무 말도 안 하더라. 내가 오히려 묻고 싶었지. 너는 왜 그렇게 나를 좋아하는 거야? 나 따위가 뭐라고 나한테 평생을 걸어? 너무 고맙고 미안했어. 하지만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유로 내가 네 옆에 있을 수는 없어. 161


"난 현금흐름성 행복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한번 잘해 줬다고 그게 며칠 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계속 꾸준히 상냥하게 대하고 칭찬해 주고 맛있는 거 먹이고 그래야 돼. 대신 뭘 크게 잘해 줄 필요는 없어. 무슨 이벤트 그런 건 안 열어도 돼. 무슨 말인지 알겠어?"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