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장재익 선생, 담, 종우형, 큰언니, 작은언니, 태인이
나는 아버지가 오래 버텨주시기를 바란다. 아버지는 그저 건물을 버릴 수 없어 안 팔고 있을 뿐이겠지만, 자기 평생의 꿈과 애환이 건물에 담겨 있어 못 파는 것이겠지만, 아무려나 그렇게 살아가시면 되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누구에게 이해받을 필요는 없다. 이해라는 건, 자식이나 마누라가 아닌, 맞으면 막걸리 집에서 몽롱하게 취해 바라보는 어느 손님이 뜻밖에 해줄 수도 있는 일이다. 15
눈만 감은 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물방울이 튀기듯 동시다발적으로 튀어 올라오는 생각의 다발들. 올라와 그대로 떨어지거나, 수증기가 되어 흩어지거나, 얼굴에 살짝 닿았다 흔적도 없이 미끄러지는, 호흡이나 마찬가지인 무색무취의 생각들이다. 48
캐롤라인 하고 혀로 발음을 굴릴 때마다 오렌지 알갱이가 터지듯 맑고 신선한 기운이 입안에 고였다. 48
봄이다.
새로 핀 꽃은 언제나 느닷없이 발견된다. 봄꽃은 더 그렇다. 마트에서 커피 프림을 사 오다가 맞은편 빌라 단지 담장에서 노란 무더기의 개나리를 보았다. 아, 하고 감탄할 사이도 없이 그 안쪽 키 큰 나무에 매달린 목련 송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돌아서다가 이번엔 옆 건물 화단에서 산수유를 보았다.
봄이다. 꽃 세 개를 한꺼번에 보았다. 70
언젠가 만둣국을 먹다가 손톱이 두 개 나온 이후로 저 분식집에는 가지 않는다 .문득 다시 가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번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으면 자기에게 그 일이 돌아온다. 82
5월이 되면 어느 날, 사람들은 거리에서 느닷없이 향기에 휩싸인다. 아카시아 향기다. 아카시아 향기는 혼자 만발해 있다가 숨어 있던 도적처럼 갑자기 들이닥친다. 꼼짝 마라! 아카시아 향기는 포고령이다. 사람들은 그 향기에 어질해져 잠시 두리번거린다.
아아, 이 향기가 어디에서 날아오는가. 133
주인이 좋아하는 노래인지 갈 때마다 카세트에서 <대니 보이>가 흘러나왔다. 144
"주는 쪽은 자기가 주는 게 무엇인지 몰라요. 받는 이가 알아요."
"준 게 없는데?"
"당신이 준 건 태인이가 알겠지요." 185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이었지
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
[빛은]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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