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창작 취미/창작 2017. 8. 20. 어떤 경우 어떤 경우 어떤 경우에는내가 이 세상 앞에서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다. *회기동 시장 골목을 지나다가 우연히 보았다. 입간판에 영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To the world you may be one person, but to one person you may be the world - Bill Wilson. -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시집에서. 취미/창작 2017. 1. 31. 빈 자리 집에 들어오면 반겨주고집을 나설 땐 아쉬워하며 신발장 끝에서 멈춰 서 있던 너라서현관문 앞에만 서면 자꾸 눈시울이 붉어진다 집으로 향하는 길엔 언제나 너를 보기 위해 기쁜 맘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우리이젠 네 녀석이 없는 우리집으로 향하는 걸음걸음이 그저 무겁기만 하다 바닥에 엎드려 누우면 옆으로 다가와 엉덩이를 들이밀고벌떡 일어서면 따라와서는 간식 달라고 눈을 빛내고침대에 올라가 누우면 자기도 올려달라고 인형을 물고 꼬리를 흔들던 너에게 익숙해진 우리는 물을 마시려다가도 너의 빈 물통부터 채워주었고화장실을 가다가 네 화장실은 깨끗한가 살폈고자다 일어나면 너도 혹시 배를 보이고 자고 있지는 않을까 살금살금 너를 찾던 우리는 이제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전부 네 이름이다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취미/창작 2016. 9. 20. 계절 어린 아이도화지 위에 그리는 정말 그 그림 같은 구름이 머리 위에 떠있던 날의 오후에나는 그 구름보다도내 발 밑을 굴러다니는 은행을 피해다니며 아 정말 가을이구나생각했다 밟으면 똥냄새가 날텐데 걱정하며 그러다가1년 전에도, 그 1년 전에도 나는 역시나은행을 피해 걸으며가을이 곁에 온 것을 실감했구나 겨울은 따뜻한 이불여름은 아이스 라떼봄은 가뿐해진 옷차림으로 그렇게 십년을 도돌이표처럼 똑같은 이유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똑같은 마음으로 반가웠고 또 아쉬웠다 그렇게 다 알고 있으면서도또 반가울, 또 아쉬울, 취미/창작 2016. 7. 28. 아카시아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꼭 한 번은내 발목을 잡고 가만 주위를 둘러보게 만들던 아카시아 향기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짙은 항상 그 길 위에선빈손이던 내 손이 아쉽기만 했다 봄과 여름 사이에둘이 손 잡고 걷기 참 좋은 길 취미/창작 2016. 4. 21. 강화도 기분이 좋을 땐 현금을 써요이유는 몰라요제 마음이에요편지 대신 부치는 내 마음이라고 해두죠 그래서 강화도에선편의점에서조차 현금을 썼네요가글 1,700원 2박 3일 간 104,500원의 현금을 썼어요제 마음이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 취미/창작 2016. 4. 17. 주말 아침의 목소리 거실에선 아빠가 즐겨보는 전쟁 영화의 배우 목소리가엄마방에선 홈쇼핑의 쇼호스트 목소리가그리고 내 방에선 라디오 107.7MHz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여유로운 주말 아침입니다 취미/창작 2016. 3. 23. 너무 여자 어렸을 적엔외출 준비하는 데만 두 시간이 더 걸리는너무 여자인 엄마를 기다리는데 지쳐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속으로 말했다 며칠 전엔스킨부터 아이크림까지 무려 일곱가지를곱게 펴바르는 엄마를 기다리다가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오랫동안너무 여자인 엄마로 있어요, 속으로 말했다 허얘진 발뒤꿈치에 까무라칠 듯 놀라고늘어지는 주름살도 당연하다 여기지 말고언제나 예쁜 손톱 스스로 가꾸며딸보다도 더 부지런히 얼굴팩하면서 그렇게 너무 여자인 우리 엄마가이제는 너무 예뻐요 * 오늘은 조금 진지해서 마음에 들진 않지만꼭 한 번 쓰고 싶었던 이야기. 다음엔 아빠를 주제로! 취미/창작 2016. 3. 21. 보풀 보풀이 한가득 생겨한없이 볼품 없어져 버린한 때 내가 너무 사랑하던나의 블랙 가디건 입을 수도 없고버릴 수도 없는 너무 사랑해도이렇게 탈이 나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