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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창작

빈 자리


집에 들어오면 반겨주고

집을 나설 땐 아쉬워하며 신발장 끝에서 멈춰 서 있던


너라서

현관문 앞에만 서면 자꾸 눈시울이 붉어진다


집으로 향하는 길엔 언제나 너를 보기 위해 기쁜 맘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우리

이젠 네 녀석이 없는 우리집으로 향하는 걸음걸음이 그저 무겁기만 하다


바닥에 엎드려 누우면 옆으로 다가와 엉덩이를 들이밀고

벌떡 일어서면 따라와서는 간식 달라고 눈을 빛내고

침대에 올라가 누우면 자기도 올려달라고 인형을 물고 꼬리를 흔들던 


너에게 익숙해진 우리는


물을 마시려다가도 너의 빈 물통부터 채워주었고

화장실을 가다가 네 화장실은 깨끗한가 살폈고

자다 일어나면 너도 혹시 배를 보이고 자고 있지는 않을까 살금살금 너를 찾


우리는 이제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전부 네 이름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네 녀석이 묻어 있어


우리가 없던 이 집에서 얼마나 외로웠니

네가 없는 이 집이 이렇게 쓸쓸한 줄 알았더라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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