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
도화지 위에 그리는 정말 그 그림 같은 구름이 머리 위에 떠있던 날의 오후에
나는 그 구름보다도
내 발 밑을 굴러다니는 은행을 피해다니며
아 정말 가을이구나
생각했다
밟으면 똥냄새가 날텐데 걱정하며
그러다가
1년 전에도, 그 1년 전에도 나는 역시나
은행을 피해 걸으며
가을이 곁에 온 것을 실감했구나
겨울은 따뜻한 이불
여름은 아이스 라떼
봄은 가뿐해진 옷차림으로
그렇게 십년을 도돌이표처럼 똑같은 이유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똑같은 마음으로 반가웠고 또 아쉬웠다
그렇게 다 알고 있으면서도
또 반가울, 또 아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