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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5월 7일의 사진없는 일기



1. 병원에 갔다. 엄마가 채혈하고 있는 동안 바깥 대기 의자에 앉아 있는데 

나의 아빠뻘 되는 아저씨가 손자 아기를 안고 채혈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아가를 안아 들고는, 다음엔 어디를 가야 하는지 안내문을 읽고 계셨는데

그 아저씨의 모든 움직임과 표정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가가 귀여운 것은 둘째치고, 아저씨 인상이 정말 좋아서.

영상의학과를 찾으시길래 알려드릴까 하다가 엄마가 나와서 뒷모습만 눈으로 좇았다.

그리고 엄마한테 방금 내가 본 아저씨 이야기를 했다. 엄마를 데리고 영상의학과로 갔다.

다시 만난 아저씨. 우리 엄마도 보자마자 인정.

아는 척 할 수도 없는 거고.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는데

아저씨 인상이 자꾸 눈에 밟혀서 엄마가 치료 받는 중에도 아저씨 생각을 했다.

그런 인상은 사진으로 남겨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사진을 배울 기회가 된다면 그런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들을 렌즈에 담아 모두와 공유하고 싶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테니까.



2. 물을 마시다보니 커피를 마실 틈이 없었다. 

웃기는 말 같지만 하루에 2리터를 마셔본 사람들은 공감할 듯.

물이 아닌 다른 걸 자꾸 마시다보면 하루에 물 2리터 마시기는 백퍼 실패

꾸준히 물만 마셔도 2리터를 겨우 마시기 때문에.

그래서 의도치 않게 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참다 참다 금요일에만 하루 커피를 사마시던 것도 굳이 할 필요없이 커피 생각이 줄었다.

그래서 커피를 안 마신지 꽤 됐는데 

오늘 출근을 너무 일찍해버린 바람에; 카페에 가 아이스 라떼를 마시는데


아 오늘따라 커피맛도 없고

수업 중에 자꾸 배가 아파서 화장실 가기를 몇번

이젠 더더욱 커피를 찾을 일이 줄어들 것 같다.

음 여러모로 좋다.



3. 커피를 마시면서 옆테이블에 있던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살짝 엿들었다.

자식들 이야기를 하는 부모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피식 웃음 지을 일이 참 많다.

"엄마 나 얼른 중학교 2학년 올라가고 싶어." "왜?" "중2병 걸리면 행복할 것 같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웃고 싶었는데. 우리학원아이들 부모님일 수도 있으니 조심.



4. 집에 오는 길, 정자에 모여 깡소주를 드시던 아저씨들을 봤다.

어둡고 인적도 드물고. 여자라면 본능적으로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아저씨들의 대화 주제는, 아카시아 꽃과 벚꽃.

아카시아꽃과 벚꽃의 향의 차이였던가, 그 비슷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중이셨다.

정치경제 이야기도 아니고, 이새끼 저새끼 하는 욕도 아니고. 꽃에 대해서.

바람결에 아카시아꽃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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