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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창작

[3] 자작시, 제목 없음


또 2월 10일 수요일, 5714 버스에서 내려 동네 카페에 갔다

나는 눈이 시렸고 속이 상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열번 내뱉고 이해 받았다

너는 눈이 시렸고 서운했고 화가 났고 이해할 수밖에 없어 이해했다

 

어제 오늘 자꾸 시에 꽂혀서인가

어제 오늘 일을 묶어 시를 써보았다



-



이제 중학교 1학년 생인 사촌 동생의 설날 숙제

내가 아무리 수포자일 지언정

중1수학도 모르랴 싶어 자신있게 펼쳐 든 문제집에는,


6%의 소금물 500g이 있다

이 소금물에서 몇 g의 물을 증발시키면 8%의 소금물이 되는지 구하여라


네가 아무리 수포자일 지언정

그것은 풀 수 있지 않냐며 물어오는 아빠에게

식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는데


모르면 배우면 되고

배우면 풀 수 있고

풀어서 틀려도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건지

확인할 수 있는 수학 문제와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 문제


두어 시간을 속 끓이고 나니

옆테이블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 얼굴에

그제 만난 사촌 동생이 겹쳐 보인다

그 위로 소금물 문제가 또 한번 겹친다


소금물 농도는 소금물의 양 분의 소금의 양 곱하기 백



-



휴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아

원래 이해할 수 없는 게 시 아닌가 뭐ㅋㅋㅋ

시를 테마로 한 연재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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