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몇 번 야구장을 찾은 적은 있지만, 한국시리즈 때 야구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시리즈라고해서 선수들이 '특별하게' 더 잘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평소에도 최선을 다할테니)
경기가 경기이니만큼 선수들에게 건 관중들의 기대가 평소보다 훨씬 커서 그 열기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함께 간 동행인이 두산 팬이라서 두산을 열심히, 동행인보다 더 신나게 응원을 했으나, 4:1로 패했다.
그렇지만 난 사실 넥센 팬이라서 누가 이기든 내가 느낀 즐거움은 같았을 지도 모른다 (소곤소곤)
오늘 우리가 앉은 자리는 당연히 두산 구역이었으나 기아와 매우 가까운 자리였다.
그 덕분에 나는 양쪽 응원을 전부 즐길 수 있었는데
특히 두산 구역에 앉은, 내 자리에서 딱 세 칸 옆에 앉은 기아 팬 남자분의 응원 소리가 어마어마하여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야구 이거 아무래도 응원의 열기를 느껴보고 응원할 팀을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멀리서 바라본 기아팬들의 응원의 열기가 아주 대단하여 그 무리 속에 들어가고 싶기까지 했으니.
물론 후반부에는 두산 팬들도 모두 기립하여 열심히 힘내어 응원해주셔서, 나도 덩달아 신이나긴 했다.
응원 구호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응원 구호들 몇 개만 얘기하면,
"김! 재! 환! 쭉쭉 홈런"
"안타 안타 날려 버려 두산의 최주환 최강두산 최주환 두산의 최주환"
"기다리고 있는데 최주환 안타 안타칠 때 됐는데 최주환 안타 기다리고 있다구 최주환 안타"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안타를 날려줘요 홈런을 날려줘요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아이돌 팬 이십 년 경력, 떼창의 감동을 알고 있는 나이기에,
비록 두산 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함께 입 맞추어 동작 맞추어 응원하니 그 신남이 온몸으로 표현되었다.
얼마 만에 내 몸을 자유에 맡긴 것인지!!!
전광판 뒤로 바삐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보이고, 나는 여기에 앉아 피자 먹고 핫도그 먹으며 소리 높여 응원하고 있으니
굉장히 한량같고, 우물 속 신난 개구리처럼 남들은 모르는 즐거움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더 좋아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