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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영화

[족구왕] 미친듯이 평범해서 더 재미있는 영화


제목 그대로다. 정말 상상이상으로 평범하다. 그런데 캐릭터가 진짜 독특해.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가, 이 영화 정도면 그냥 집에서 불법 다운로드 받아서 봐도 괜찮지 않겠냐고 했는데, 절대 아니다.
이런 영화는 진짜 혼자 보면 완전 재미없다.
영화관에서 사람들이랑 쿡쿡대면서 같이 봐야지 더 웃기다.

주인공 홍만섭(안재홍 분)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분은 애초에 연기자인 것 같지는 않아.. 족구 잘하는 사람들 모아다가 그 중에 연기력 테스트를 해서 뽑은 사람 아닐까?'
그만큼 평범하다. 

그런데 사람은 역시, 외모만으로 평가하면 안 되는 것이,
쥐뿔 뭣도 없는데 자신감 넘치고, 여자에게 당당하고, 진실되고, 성실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열정 넘치고, 또, 특히, 운동 잘하고.
하니까 마지막에는 홍만섭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져 있더라.



족구왕 (2014)

The King of Jokgu 
9.2
감독
우문기
출연
안재홍, 황승언, 정우식, 강봉성, 황미영
정보
코미디 | 한국 | 104 분 | 2014-08-21


# 9월 10일, 길었던 추석연휴를 마무리하며 상희와 함께 대학로 CGV 무비꼴라쥬.

# 주인공 이름: 만섭. 안나. 강민. 창호. 미래.

이 평범한 영화에 살짝의 판타지가 가미된 부분이 있다.
수업 발표로 영어연극을 할 때, 만섭은 말한다. 
그 대사를 그대로 인용해 오면 좋겠는데,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서T_T 생각나는대로만 적어보면, 
"나는 미래에서 왔다. 미래에서 천사를 만났는데, 그 천사가 나를 스물네살로 다시 보내주었다. 젠장, 군대를 다시 가야 했지만, 너무 좋았다. 
예전의 나는 이십대 때 공무원 시험 준비만 했다. 하지만 다시 스물네살로 돌아왔을 때, 나는 결심했다. 매일 매일 족구만 하겠다고."

아 진짜 감동이 없네T_T 근데, 만섭의 훌륭하지 못한 영어 발음으로 이 부분의 대사를 들으면
뭐랄까. 정말, 젊을 땐 무조건 재밌게 사는 게 최고야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을 땐, 그냥 재밌게 사는 게 장땡!

처음에 만섭이 안나에게 "저는 미래에서 왔어요"라고 말할 때는, 진짜 이 영화 주인공 골 때리는 캐릭터다, 생각했는데
결국에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만섭의 '백투더퓨처'가 아니었나 싶다.


# 페퍼톤스의 이장원이 '학교 방송국 아나운서'로, 목소리 출연을 한다. 이 영화의 OST는 페퍼톤스의 신곡 '청춘'



짙푸른 봄이 돌아오면 따가운 그 햇살 아래서 만나리라 우리들은 손꼽아 기다린 날처럼

일렁이는 축제의 풍경 춤추는 나뭇잎 아래서 만나리라 우리들은 부풀은 마음을 감추고

바람, 머리칼을 한없이 흩뜨러 놓아도 옅은 너의 미소는-

알 수 없는 마음의 날들 반쯤 부신 눈을 비비며 만나리라 우리들은 따분한 얘기를 나누러


학생회관 자판기 커피를 하나씩 뽑아 텅 빈 운동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누군가의 열린 창 틈으로 새어 나오던 트롬본의 울림이 라라라라라라


모두 좋아했던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너 여전히 그 자릴 맴도는 서투른 마음을

눈물이 날 만큼 크게 웃어버리고 나면 그땐 알 수 있기를

짙푸른 봄이 돌아오면 따가운 그 햇살 아래서 만나리라 우리들은 손꼽아 기다린 날처럼

만나리라 우리들은 모두 어제였던 것처럼



너한텐 족구가 뭐냐? 
 재밌잖아요
(조금 더 감동적이거나 있어보이는 대답을 기대했다가 '재밌잖아요'를 들었을 때, 그 싱거우면서도 진실된 답변에 뒷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 문병란, 젊음


젊은이는 그 웃음 하나로도 

세상을 초록빛으로 바꾼다. 


헐렁한 바지 속에 

알토란 두 개로 버티고 선 모습 


그들은 목욕탕에서 

장군처럼 당당하게 옷을 벗는다 


달은 눈물 흘리는 밤의 여신 

작약순은 뽀조롬히 땅을 뚫고 나오는데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달리아는 온몸으로 함빡 웃는다. 


보라! 히말라야 정상도 발아래 

젊음은 그 몸뚱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통째로 흥정을 할 수가 있지. 


플라타너스 넓은 이파리 아래서도 

그들의 꿈은 하늘을 덮고 


젊음아! 너의 몸뚱인 황금과 바꿀 수 없는 

그 꿈 하나로도 세상을 이기고 

슬픔은 축구공처럼 저만큼 날리고 

오늘밤 단돈 만원으로도 

그녀의 입술을 훔칠 수 있다. 

랄랄랄 휘파람을 씽씽 불 수 있다. 



# 윤준경,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사랑을 하리 

머리엔 장미를 꽂고 

가슴엔 방울을 달아 

잘랑잘랑 울리는 소리 


너른 들로 가리라 

잡초 파아란 들녘을 

날개 저어 달리면 

바람에 떨리는 방울 소리 


방울 소리 커져서 

마을을 울리고 

산을 울리고 

하늘을 울리고 

빠알간 얼굴로 돌아누워도 

잘랑잘랑잘랑 

잘랑잘랑잘랑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머리엔 장미를 꽂고 

가슴엔 방울을 달고 

사랑을 하리 

사랑을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