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시험기간 때도 그랬다.
일주일 남았다, 3일 남았다, 자기 전엔 12시간 남았다, 자고 일어나서 6시간 남았다,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1시간 남았다, 아 끝났다!
시간 단위를 쪼개가면서 시험이 끝나는 바로 그 순간을 기다리곤 했다.
마지막 시험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맨뒷사람이 일어나 차례로 시험지를 걷고, 반장이 답안지를 가져와서 채점을 시작하고. 하아. 정말 끝이야.
대회가 있던 전 날부터, 난 또 같은 의식을 거쳤다.
말도 안돼. 내일이야. 아침에 눈 떠서는, 헐 12시간 남았어.
당일날 아침, 친구에게 마지막 해방의 순간을 묘사했다.
"난 지금, 대회가 다 끝나고 이 속눈썹 떼어버리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뒷풀이에서 고기를 먹는 그 순간을 기다려"
그리고 마침내 정말 그 순간이 왔을 때의 기쁨, beyond description.
친구가 그 자리에 없던 게 아쉬웠다.
"이게 내가 말한 바로 그 순간이야.ㅜㅜ"
-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누군가 고민할 때, 나는
무조건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외부의 사건이 이끄는
삶보다는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변화의 곡선을 지나온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_ 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에서,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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