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강화도 여행에서, 결국 못읽고 반납해버릴 줄 알았던 [마음]을 다 읽고 왔다. 서울에선 그렇게 읽히지 않더니, 그곳에선 [마음]이 너무도 잘 읽혔다. 이상하리만치. 작년 4월의 강화도 여행 땐 그렇게 편지만 쓰다 왔는데, 이번 강화도 여행 땐 엽서 한 장조차 마치지 못한 채 덮어야 했다. 나눌 마음보다 채워야 할 마음의 공간이 더 넓었던 모양이다.
2. 요즘 마음, 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을 일이 많다. 내가 교육 받고 있는 통합놀이를 표현하는 수식어가 '마음 성장'인지라 그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주세요', '마음이 다쳤나봐요', '마음과 마음이 닿도록', '마음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등 그렇게 계속 '마음'을 이야기한다.
3. 이 책 맨 뒷 부분 해설에도 나오는데, 이 소설에는 정작 '마음'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 읽고나면, 깊은 한숨부터 나오면서, 하아 선생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결코 말할 수 없는 짐을 마음 한 켠에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생을 살아온 선생님. 그런데 그 '마음'이라는 것은 결코 선생님만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야기가 상중하로 나뉘어 <선생님의 유서>로 마치는 바람에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이 선생님의 마음이기는 하지만, <선생님과 나>와 <부모님과 나>에 해당하는 부분도 가만히 살펴보면 전부, 나만이 알고 있는 내 마음 그리고 도저히 알 수 없는 상대방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 인 듯하다.
4.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나는 죽을 지경에 이른 아버지 앞에서, 그런 아버지를 얼마간이라도 안심시켜주기를 바라고 있는 어머니 앞에서, 일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형 앞에서, 그 밖에 매제며 큰아버지며 큰어머니 앞에서, 내가 전혀 개의치 않는 일에 신경을 써야 했다. /139
기억해주게, 자네가 아는 나는 먼지에 더럽혀진 후의 나라는 것을. 더럽혀진 햇수가 긴 사람을 선배라고 한다면 나는 분명히 자네보다는 선배겠지. /166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 나는 되도록 아내를 다정하게 대했네. 단지 아내를 사랑해서만은 아니었어. 내가 다정하게 대해준 데는 개인을 떠나 좀 더 넓은 배경이 있었던 것 같네. 마치 장모님을 간호한 것과 같은 의미에서 내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네. 아내는 만족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지. 하지만 그 만족에는 나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어렴풋하고 흐릿한 것이 어딘가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네. 하지만 아내가 나를 이해했다고 해본들 어딘가 미흡한 구석은 늘면 늘었지 줄어들 기미는 없었지. 여자에게는 커다란 인도적 입장에서 나오는 애정보다는 다소 도리를 벗어나더라도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친절을 기뻐하는 성질이 남자보다 강한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네.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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