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을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한 그의 대표작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예술을 위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삶을 돌보지 않은 한 예술가의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작가의 인생관이 가장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표출된 작품이다. 인간에 대한 예민한 통찰력을 지닌 몸은 작중 인물인 화가 스트릭랜드의 삶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인간성의 진실을 추구한 동시에 인간 생활 밑바닥에 잠재되어 있는 모순된 요소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침으로써 인간들이 각 개인의 내부에 모순된 양면성을 지닌 채 하나의 인격체를 이루는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제목에서 '달'은 광기(狂氣)와 예술의 극치를 뜻하고, '6펜스'는 재산과 세속적인 명성을 갈망하는 감정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신들린 한 화가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세속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기도 하다.
/ 작품 설명 중
이 책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한 것은 아마도 5년도 훨씬 전이었다. 하지만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고, 한 번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던지라 다시 또 손이 가기가 망설여지던, 그런 책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어느 지인이 "내 인생 책"이라며 『달과 6펜스』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도전했고, 결국 마지막 장에 가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이 책의 가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초중반부를 지나, 인내와 끈기로 후반부에 이르고 나면 그제서야 "아아"하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게 만드는 『달과 6펜스』
서머싯 몸이 그려낸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은 사실상 지나치게 극단적인 면모를 보여 독자에게 다소 불편한 감정이 들게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 책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인간관은 결코 불편하지 않은, 실은 내가 추구하는 인간관과 꼭 맞아떨어져, 후반부에 가서는 맞다고, 그것이라고, 물개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같은 사실에서 내가 얻어낼 수 있었던 교훈은 작가란 자신의 작품을 쓰는 즐거움과 그의 마음속에 쌓인 복잡한 생각들을 토해내는 데서 보람을 얻을 뿐, 기타 다른 어떤 것에도 무관심하다는 것, 즉 칭찬이나 비난 또는 실패나 성공 등에 일체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15
나는 아직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성실성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위선이 들어 있고, 고상함 속에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그리고 패륜 속에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내재해 있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던 것이다. /60
소박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사랑을 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일세. 그들의 무지는 우리의 모든 지식보다 더 귀중한 것일세. /213
비록 지금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일지라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부드럽게 누그러져 마침내는 그가 다시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갈 때 힘이 되어줄 것을 나는 바랐다. 그는 아직도 청춘이었다. 몇 년이 흐르면 일종의 즐거움이 깃든 서글픔으로 지나간 모든 불행을 돌이켜볼 것이다. /224
인생에서 낭만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어떤 배우적인 소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유리된 채 서 있을 수 있어야 하고 초연한 자세와 더불어 몰아적인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주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252
그러나 사람들이란 인간의 마음속에서 다만 단정한 정서와 정상적인 감정만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므로 /254
때때로 인간은 신비하게도 자신이 속해야 한다고 느끼는 어떤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곳이 바로 그가 찾아 헤맸던 고향이다. 때문에 그가 전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풍경들 속에서, 그리고 전혀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 속에서 정착해 살면서도 마치 그 모든 것이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친숙해 있던 곳인 듯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마침내 마음의 휴식을 얻게 된 것이다. /297
나는 아브라함이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인지 궁금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하고 아무런 갈등도 없이 평화로움 속에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상황 아래에 사는 것이 인생을 망쳐놓는 일이며, 지위가 높은 의사가 되어 연간 1만 파운드의 수입에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사는 것이 과연 인생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이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에, 다시 말하면 사회와 개인의 요구를 자신이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도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내가 작위를 수여받은 사람과 상대하여 어떻게 감히 논란을 벌일 수 있겠는가. /303
"그러나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았던 열정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열정이 전혀 마음의 평화를 주지 않은 채 그를 이리저리 몰고 다녔던 겁니다. 그는 마치 어떤 신성한 향수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였고 그의 몸 속에 도사린 악마는 무정했던 겁니다. 진리에 대한 욕구가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그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의 모든 기반마저 산산이 부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트릭랜드가 바로 그러한 유형의 인간이었지요. 그의 경우에 있어서는 아름다움이 진리를 대신했을 뿐이지요. 때문에 저는 그에게 깊은 동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322
그러나 우리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도하여 그것을 성취시킨다는 것이 아무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의 생활은 소박하고 순수합니다. 우리는 야심 같은 것은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자랑이란 우리 손으로 이룩한 일을 생각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뿐입니다. /325
"당신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녀에게 그 약속을 단념시키는 일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던 점을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나의 기분을 말입니다."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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