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면서 식물 친구를 소개하려니, 아주 때맞은 날인 것 같다.
선인장 혹은 다육이조차 제대로 키우지 못해 식물이라고는 키울 생각 조금도 하지 않았던 내가
가드너로서 제 2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 덕분에
오랜만에 식물에 물을 주면서 묘한 기쁨과 애정을 느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챙기고 또 지켜줘야 할 존재가 생기면,
마음이 두근대고 갑자기 책임감이 샘솟고 하는, 그런 기분 있잖아. 이를테면 그런 게 생겨버린 것이다.
친구가 식물 자리를 보러 우리집에 들른 것이 이번 달 초.
책장과 벽지의 색깔, 옆에 놓일 시계나 라디오까지 꼼꼼히 챙겨보고 식물이 놓일 위치를 스케치한 후,
내게 어떤 식물이면 좋겠는지, 물을 주는 주기가 어느 정도면 감당할 수 있겠는지, 식물의 잎에 대한 선호도는 어떤지, 등을 물었고,
이후에 화기 색깔부터 식물의 종류까지 고민하고, 또 식물의 잎을 적당히 자르고 또 모양내어 오늘 다시 우리집에 찾아와주었다.
내가 여태껏 몸 담은 방 중에 가장 쾌적한 방에서 지내고 있는 요즘 (물론, 대청소로 인한 일주일 간의 고통이 있었지만)
안 그래도 애정이 샘솟는 내 공간에 이렇게 초록초록한 존재까지 들어오니,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적절한 시기에 물 주는 것과,
환기가 잘 되도록 창문을 열어놓는 일, 가끔은 선풍기를 틀어서 공기 순환을 돕는 일, 정도 인데
그런 자그마한 노력으로도 이 친구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을까.
컴퓨터를 하다가도 계속 고개가 왼쪽(식물이 있는 방향)으로 간다.
첫 번째 친구는, 여인초, 극락초라고도 한다는데, 관엽식물에 속한단다.
관엽식물이 뭔지 오늘 친구를 통해 처음 알았는데, 볼 관, 잎 엽, 그러니까 잎을 보는 식물이란다. 그래서 이렇게 잎이 넓은 것이라고.
친구가 잎의 선호도를 물었을 때, 넓은 잎이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그에 맞추어 준비해준 식물이다.
두 번째 친구는 무늬남천이라는 아이인데, 무늬나팔남천이라고도 한다고.
친구가 이건 야생초라고 했는데, 찾아보니까 굉장히 잘 자라는 식물인 것 같다.
무럭무럭 자라서 아래로 아래로 조금 더 내려와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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