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제 우리는 젊은 상상력이 들려주는 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계를 뛰어넘고 금기를 박살내고 현재를 돌파하십시오. 이 세상은 깜짝 놀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첫 소설을 시작한 이십대의 어느 날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렇다. 나는 타인과는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의 취지가 이와 같다.
그래서 그랬던가, 제 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코끼리는 안녕, 이 꽤나 읽기가 쉽지 않아서 중도에 포기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책도 역시.ㅋㅋ 참 특이했다.
물론 코끼리는 안녕, 보다는 훨씬 감정이입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 주인공: 성준, 케빈, 성준이 엄마, 나라 아줌마, 태성이형
중학생인 아들 성준을 특목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애쓰는 엄마, 그리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더 애쓰는 아들. 그러다가 만나게 된 케빈.
케빈은 "누구든지 투팍의 음악을 세 번만 들으면 나와 브라더가 될 수 있지."라고 말하며, 성준을 힙합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런데 내가 뭐 힙합을 알아야지 말이다.
힙합을 알았다면. 투팍을 알았다면. 그러면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의 여운이 조금은 달랐을 텐데.
배경지식을 공유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소설의 재미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 하면,
배경지식을 알면, 고작
"KFC를 지나고, GS25를 지나고, 던킨도너츠를 지나고, 유가네 닭갈비를 지나고, 신호등을 건너 상상마당을 지나고, 조폭떡볶이를 지나고, 공영 주차장을 지나고, 카페꼼마를 지나, 어느덧 상수역에 이르렀다. 149"
는 글만 읽어도 이 안에서 재미가 느껴지는거다.
수없이 걸었던 그 거리를 머릿 속에 그려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문학동네 소설상이라고 굳이 '카페꼼마'를 언급해주는 작가의 센스도, 그 카페꼼마가 문학동네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그걸 모르면 아무 의미 없는 이 한 줄이, 나에겐 소소한 재미로 다가왔던 거다. 그러니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 힙합. 그것을 알았다면 훨씬 재미지게 읽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크다.
#
"케빈은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케빈은 내 질문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힙합."
이건 무슨 소리인가. '힙합'이 아무리 좋다지만 그것이 꿈일 수 있을까. 케빈은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브라더. 직업은 꿈이라고 할 수가 없는 거야. 꿈이란 건 말이지.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말하는 거야. 일종의 태도라고도 할 수 있지. 그래서 내 꿈은 힙합이야." 128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선 심장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느끼는 것보다 세상에서 값진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134
#
그렇다면 내 꿈은. 삶을 살아가는 나의 자세는. 태도는. 음.. 댄스스포츠?
뭐지. 뭘까.
나도 춤을 출 땐, 심장이 콩닥콩닥, 움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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