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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ㅡ 책과 드라마 비교 (이도우 장편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국내도서
저자 : 이도우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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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ㅡ 첫 만남 ㅡ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드라마가 시작되고,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네가 좋아할 만한 드라마야."

"<로맨스는 별책부록> 같은 느낌이야."

 

음 그런데 조금 안타깝게도 나는

배우 박민영 서강준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이후 다른 지인에게서

같은 제목의 책 한 권을 추천받았다.

'응? 원작 소설이 있었어?'

 

"정말 따뜻한 느낌이야."

따뜻하다는 말은 정말 모호하기 그지없었다.

이후 책을 다 읽은 후에 알게 된 건데,

그냥 내가 따뜻함을 잊은 지 오래된 거였다.

따뜻하다는 말만큼 이 책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단어는 없었다.

 

은희경이나 김훈 작가와 같은

대작가의 책을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다 싶으면서도

글에 '기교'가 있다고 느껴진다.

뭐랄까, 범접할 수 없는.

 

그런데 이도우의 장편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글에 기교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어쩜 이렇게 따뜻하고 좋지?'

하는 묘한 궁금증이 일어난다.

 

그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건,

이도우 작가가 '라디오 작가' 출신이라는 점!

아! 라디오 매체 특유의 따스함이

책으로 옮겨왔나 보다 싶었다. (하 역시)

 

 

'천천히 오래 아끼며 읽고 싶은 책'

이라는 말에 심히 공감하였다.

더 읽고 싶은데, 다 읽고 싶은데,

일부러 책장을 덮고 잠을 재촉했던 첫날

 

마지막 한 챕터를 남기고는

다시 한번 공백을 두어

은섭이와 해원이의 겨울과

굿나잇책방의 안부,

그리고 해원이와 이모의 화해를

상상해보던 시간

 

 

'굿나잇 책방' 앞 칠판에 적혀 있는

책 속 한 구절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고,

 

 

굿나잇 책방 블로그의 비공개 글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다리게 되었고 

(언제 나오나)

 

 

은섭이가 입고 서적을 설명해주는 일지도

자주 기다리곤 했는데

'이거 정말 있는 책인가?' 싶어서 검색해보기도.

결론부터 말하면, 이도우 작가가

'그런 책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텐데'

하며 상상해본 책들이라고.

아쉽다. 누가 써주면 좋겠는데? 

 

 

이걸 가리키는 단어가 있다고?

하며 놀랐던 단어들.

곤포, 윤슬, 귤락

특히 "귤에 붙은 실 같은 거"의 이름이

'귤락'이라는 대목에선

너무 놀라 잠시 쉬어갔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ㅡ 드라마와 책 비교 ㅡ


 

드라마는 4회에서 6회까지,

4회는 띄엄띄엄

5, 6회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1~3회는 보지 못함)

 

그러므로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책을 읽었을 때와 명확하게 다른 점들을

몇 가지 열거해보면, 

 

- 보영은 은섭을 좋아한 적 없다

- 오영우라는 인물은 아예 없다

- 해원의 엄마는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다

- 은섭에겐 동생이 없다

- 동창회는 횟집에서 소소하게 한다

 

찾으라면 더 찾을 수 있겠지만,

드라마를 자세히 보지 않아서 이 정도만.

 

조금도 자극적이지 않은 이 원작을

더 자극적으로, 더 큰 스케일로

마음을 자주 흩뜨려 놓으려는 게

드라마가 아닌 가 싶었다.

 

최근 은섭과 해원이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의심이 이루어지는 곳'에서의 장면은 원작에서

더 담백하고 귀엽게,

아프기보단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드라마 속 해원의 표정은 너무 아파

은섭이의 표정은 더 아파

너무 아파서 못 보겠더라고요..

 

어쩐지 이 포스팅을 마치기 전까지는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

글쓰기를 다 마친 후에,

갑자기 은섭이가 그리워지면,

그때쯤 한 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ㅡ 꼭지 접은 책 속 구절 ㅡ

(스포 있으니 주의하세요)


 

 

"음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인지 물어보고 싶었어."
실은 차에서 본 '아이린'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그건 개인적인 일일 것 같았다.
"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인생이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나? 그 기본적인 것들도 안 돼서 다들 괴로워하는데." 54

 

 

# 조금 긴 이야기
너무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들은 말하기가 어렵고,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쪽이 정확할 때가 있다. H가 왜 책방 이름이 '굿나잇'이냐고 물었다. 나는 밤을 새워 대답하고 싶지만, 멍청하게 들리는 대답만 했고 그녀는 인생이 그게 다야? 하고 물었다. 어떻게 그게 다겠어요! (울고 싶군.)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슬픈 채로 찾아온 이에게 난데없이, 내 멋대로, 
ㅡ 내 인생의 오랜 화두가 굿나잇이었어.
같은 진지한 소리를,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 글
posted by 葉 (잎 엽, 땅 이름 섭, 책 접) 62

 

 

"세월이 지났으니 이런 말도 편하게 하는데 말이야. 사실 나는 되게 이기적인 놈이었거든?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낫다는 판단이 들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었어."
뜻밖의 고백에 해원은 조금 놀랐다.
"착각인지 아닌지, 꽤 나 자신이 마음에 든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러다 은섭이를 본 거지. 이상하게 내가 낫다는 확신이 안 들었어. 물론, 그렇다고 이 녀석이 더 낫다는 뜻도 아니야. 그런데도 신경 쓰여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거든." 131

 

 

"나는 그 말이 싫어, 오해라는 말."
두 남자의 동작이 멈췄다.
"뭐가 오해야? 그냥,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실수였다, 미안하다 그러면 되는 거지. 오해하셨네요, 뭔가 오해가 있으셨나 봅니다, 오해를 풀어드리려고요.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까."
장우는 새삼 술이 깨는 눈빛이었다.
"누가 뭘 오해했다는 건데. 그건 두 번 상처 주는 거야. 오해할 만큼 이해력이 모자랐거나 독해력이 떨어졌거나, 의사소통에 센스가 없어서 혼자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거 아니잖아. 오해는 없어, 누군가의 잘못이 있었던 거지. 그걸 상대방한테 내가 잘못 아는 거야,라고 새롭게 누명 씌우지 말라고." 132

 

 

# 얼굴을 기억한다는 것
장우는 이제 두 번째 방문하는 건데도 모두와 몇 년은 만난 사람처럼 금세 친숙하다. 한 번 본 얼굴은 절대적으로 기억하는 재능은 여전. 중고교 때도 전교생들을 대부분 알고 지냈는데 음, 그러니 학생회장 같은 걸 할 수 있었겠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나중에 혜천시장이나 강원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말은 부디 안 하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그때 가서 절교하면 되겠지. (진지함.) 155

 

 

고교 시절 고약한 녀석들이 그걸 약점이라고 나를 꽤나 괴롭혔었는데. 정작 나 사진은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그들은 내가 그걸 아프게 여기길 바랐었지. 어딜 가나, 어릴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다. 어째서 너는 불행해하지 않지? 어째서 그렇게 태연하고 덤덤하게 살 수가 있지? 너는 뒷산 오두막에서 살던 놈이 아니었던가? 네 아버지는 부랑자였잖아? 왜 너는 주눅 들지 않는 거지? 같은 질문들과 비난들. 
그래서 어느 날 학교를 안 나가고 산으로 돌아가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는 불행하고 슬퍼야 하나? 그들은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불행할 조건이 갖춰졌는데 어째서 불행하지 않은 거야, 라는 폭력적인 질문. 그 질문이 옳은가. 255

 

 

빌딩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이 정도면 된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속이 후련한 것도 제대로 화해한 것도 아니었지만 지난 일을 서로가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것, 마치 없었던 일인 양 무시했던 시간들을 지나 그런 상처가 있었음을 인정한 걸로도 충분했다고. 309

 

 

어떤 형태든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사람들은 가족이거나 유사가족일 테지만, 그렇다고 꼭 서로를 사랑할 의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미안하거나 감사하거나 이해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중략) 마음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타인의 한계일지 몰라도 그저 객관적으로 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352

 

 

"그 남자를 엄마가 죽였든 이모가 죽였든 무슨 상관이겠어. 두 자매가 함께 일을 처리해버렸는데. 화내고 소리치기엔 너무나 내 일이 아닌 것 같아. 그 속에 내가 낄 자리가 있었는 줄 알아?"
눈물이 핑 돌아 그녀는 목이 메어왔다.
"열다섯 살, 난 어렸어.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완벽히 소외돼야 했을까? 나는 아빠의 잘못을 알기 때문에 그 죽음을 애도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남은 엄마를 위로하지도 못했어.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할 수가 없었어. 내 역할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381

 

 

두 달 전 그와 함께 왔던 폭설이 내린 산도 아름다웠지만, 줄곧 긴장과 두려움을 참으며 올라온 밤의 산이 보여주는 모습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발걸음을 옮기며 해원은 생각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장소들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낯선 장소에 낮에 도착하는 것과 밤에 도착하는 건 너무나 다른 여행의 시작이라는 걸. 391

 

 

타인의 인생에 개입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어. 엄마와 이모는 연년생이었지만, 늘 쌍둥이 같았지. 두 사람은 나를 돌보고 키웠어도 내가 둘 사이에 낄 수 없게 이상한 소외감을 느꼈던 건, 둘이 나를 보호하려던 마음들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는 걸 이젠 알겠어. 그럴 필요 없었는데. 내게도 함께 아파할 권리를 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다 지난 일이지만. 401

 

 

'우리 매니저님, 잘 지내지? 좋은 일들만 있기를 기원해. 살면서 교훈 같은 거 안 얻어도 되니까. 좀 슬프잖아. 교훈이 슬픈 게 아니라 그걸 얻게 되는 과정이. 슬픔만 한 거름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기왕 슬펐으니 거름 삼자고 위안하는 거고. 처음부터 그냥 슬프지 않은 게 좋아. 물론 바라는 대로 되면야 얼마나 좋을까만.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네. 늘 그리워요.' 405

 

 

북클럽이나 카페 소사이어어티 같은 클럽 판타지가 내게도 있지만, 늘 그렇듯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세상을 바꿀 만큼 대단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막상 엄청나게 깊은 친분으로 묶인 것도 아닌데, 소소하고 즐거우려고 한 시절 어울릴 클럽을 만든다는 건 역시 나부터가 말뿐일 때가 많았다. 흔히들 '다음에 날씨 좋을 때 만나요', '언제 한번 맛있는 식사 해요' 하는 것처럼. 그래도 그 무해무익한, 공허할지도 모를 안부 인사들이 싫지는 않았다. 428 (작가의 말 중에서)

 

이런 삶의 조각 같은 장면들이 모여 이번 소설이 되었다. 친구, 지인, 가족, 지난날 스쳐 간 수많은 사람들. 그 인연과 풍경들이 이 소설에도 사금파리처럼 박혀 있다. 그 사연들이 그런대로 괜찮았다면 다 그들이 아름다웠기 때문. 그다지 멋지지 않았다면 온전히 내가 잘못 쓴 탓이다. (정말입니다, 굿나잇클럽 여러분. 웃음.) 429 (작가의 말 중에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드라마 방영 기념 한정판):이도우 장편소설,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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