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_20
신이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나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다만 네가 소속감을 느끼는지
아니면 버림받았다고 느끼는지
알고 싶다
네가 절망을 아는지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절망을 볼 수 있는지
너를 바꾸려고 냉혹하게 요구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
여기가 나의 자리라고 말하며
단호한 눈으로 뒤돌아볼 수 있는지
네가 갈망하는 것의 한가운데로 뛰어내려
삶의 격렬한 열기 속으로 녹아드는 법을 알고 있는지
나는 알고 싶다
너에게 확실한 패배를 안겨 주는
사랑과 쓰라린 열정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기꺼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데이비드 화이트 <자화상> (류시화 옮김)
당신이 어떤 종교를 믿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은 지금 있는 그곳에 소속감을 느끼는가, 아니면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느끼는가? 소속감은 심리적인 안정과 중심을 주지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은 자기만족의 어린아이에서 껍질을 깨고 나와 어른이 된다. 아직 깊이 절망한 적이 없다면, 성장한 얼굴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세상은 당신이 변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세상이 원하는 것은 순종이며 안정이다. 당신이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마다 세상은 온갖 이유로 당신을 막을 것이다. 그것을 뿌리치고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것이 나의 삶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가? 사랑 때문에 패배하더라도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가? 패배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가?
데이비드 화이트(1955~ )는 영국 시인으로, 아일랜드 출생의 어머니에게서 시적 영향을 받았다. 20대에는 자연주의자가 되어 갈라파고스 섬에서 살았으며, 인류학 탐사팀과 함께 안데스 산, 아마존 밀림, 히말라야를 다녔다. 그 후에 시인이 되었다. <자화상>은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고 나서 쓴 시다.
_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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