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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시

문병란, 호수

호수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함 사이에서

더욱 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랑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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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못 외우더라도, 첫 두 줄은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