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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보헤미안 랩소디] 정재민, 나무옆의자


나의 강릉여행 동반자.

여행지와 어울리는 책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제 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작가가 무려 판사님.


마지막엔 반전까지.

사실 내가 이해한 것이 온전한 이해인가, 확신이 서지 않는.




보헤미안 랩소디

저자
정재민 지음
출판사
나무옆의자 | 2014-06-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억원 고료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퇴행성 관절염 ...
가격비교


주인공: 나(하지환, 판사), 엄마, 백사자(백상화), 나훈아(동혁), 효린, 우동규 류마티스센터 의사, 손지은 경감, 퀸(정신분석가), 서연이(여자친구)


이 책을 읽기 전, 보헤미안 랩소디를 꼭 듣기를 추천한다.

제목부터가 보헤미안 랩소디인데, 그 노래를 모르고 책을 읽었으니 아마도 나는 이 책의 반도 이해를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브라더 케빈>을 읽을 때도 힙합을 몰라서 내가 다 읽고도 '다 읽은건가' 싶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럼에도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정신분석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겐 별다른 트라우마도 공황장애도 없지만 

정신분석을 받아보면 무언가 한가지쯤,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알고보니 어렸을 적의 영향이었다' 같은 흥미로운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정신분석가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그것도 대부분은 우울한 이야기들을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털어내지도 못하고.


그리고,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별다른 모범답안도 없고, 아이에 따라 다르게 키워야 하기에 정말 어려울테지만.

아 나는 정말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이 책이 내게 심어준 딱 한가지. 



---



사람들은 이성으로 모든 일을 결정한다고 믿지만 사실 대부분의 일은 무의식이 결정해. 의식은 마음의 빙산의 일각이야. 마음의 대부분은 의식 아래 가라앉아 있는 무의식이라고. 괜히 어떤 일이 하기 싫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어떤 사람이 싫거나, 원치 않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도 모두 모의식의 작용이야. 그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이지. 81



 "경찰이 이래도 되나요?"

 "퇴근 후엔 경찰이 아니라 사람이라니까요."

 그녀는 타인들에게 보여지는 외적 인격과 진정한 자기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이미 깨우친 모양이다.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나는 재작년에 정신분석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페르소나와 나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러니 사회적인 기준에서 볼 때 기대만큼 훌륭하지 않은 실제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정신분석을 받으며서 페르소나는 페르소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나의 숨통을 틔워주었지만 나는 여전히 페르소나와 실제 모습의 괴리에 대해 위선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124


 "사람마다 감정을 쓰는 취향이 달라요. 어떤 사람은 주로 우울한 감정을, 어떤 사람은 열등감을, 어떤 사람은 슬픔을 주로 써요. 하지환 씨는 분노의 감정을 주로 쓰는 거고요. 하지만 여러 가지 감정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게 제일 좋아요. 계절 별로, 등산을 갈 때, 운동을 할 때, 파티에 갈 때 다 다른 옷을 즐겁게 바꾸어 입는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정확하게 사용하면 인생이 훨씬 다채롭고 즐거워지겠죠.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각 감정이 충분히 소화돼서 갈등이 남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슬픔을 느껴야 할 때도 분노를 느끼면 슬픔의 감정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남아서 다른 갈등을 일으키게 되거든요."

 "감정을 사용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그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충분히 느끼고 적절하게 배출하는 걸 말해요." 152


 "하지환 씨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이별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죽음으로써 강제로 이별을 당했군요. 그러다 보니 이별과 죽음을 구별하지 못하고 혼동하게 된 것 같네요. 죽음이 곧 이별이고 이별이 곧 죽음이라고. 그러니 산 사람과 이별할 때도 무의식에서는 상대가 죽는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죽음으로 이별한 세 경우 모두 제가 아니라 상대가 죽은 거잖아요. 그런데 왜 저는 마치 제가 죽는 것처럼 공포를 느끼는 건가요?"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아기 때의 심리 상태로 퇴행하기 때문이지요. 아기는 엄마가 죽으면 곧 자기가 죽는 것처럼 느끼거든요."

 퀸은 이어서 아기의 심리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아기는 생후 몇 개월 동안은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자기가 팔다리를 움직이면 세상이 따라 움직이고 자기가 배가 고프면 온 세상이 다 배가 고픈 줄 안다. 그런 아기에게는 나와 타인의 경계나 나와 세상의 경계가 없다. 그러니 자기라는 정체성이 있을 수 없다. 아울러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긴다. 자신이 신처럼 전지전능하다고 인식한다.

 그러다 서서히 자신은 움직이는데 천장은 움직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가 기쁘다고 엄마도 덩달아 웃는 것이 아님을 눈치챈다. 자신과 엄마가 별개의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기에게 자기라는 정체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아기는 자신이 엄마와 분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죽음의 공포에 빠진다. 아기는 엄마가 없으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때 아기가 느끼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분리불안 또는 멸절공포라고 한다. 

 "아기가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제때 아기 곁에 있어주어야 해요. 아기가 찾을 때 금방 나타나서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아기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하죠. 이렇게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반복해서 한 아기는 엄마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안정감을 느끼게 돼요. 심리적으로 엄마가 실재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이런 심리적 실재를 느낄 줄 아는 아기는 엄마와 떨어져서도 잘 살 수 있어요. 엄마가 없어도 자신이 죽지 않음을 인식하고 비로소 정신적으로 독립하게 되는 것이죠. 181


"엄마에게는 그런 마음을 표현했나요?"

"아니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강간당하는 것처럼 싫었는데 엄마한테는 전학 가기 싫다는 말조차 못했다고요?"

"네"

"왜요?"

"엄마를 난처하게 할 것만 같았어요."

"그러면 나중에라도 조창초등학교로 전학 가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엄마에게 말을 했나요?"

"아니요, 말을 못 했어요."

"왜요?"

"마찬가지예요. 엄마를 난처하게 만들 것 같아서요."

"그럼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나요?"

"아니요."

"에휴, 역시 그랬군요. 그 어린애가 제대로 말도 못하고 혼자서 얼마나 속상했을까."

 나는 잠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205


 가끔 내가 이야기를 할 때면 효린이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면 나는 마치 내가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감이 생겨 더 열심히 이야기하곤 했다. 

 효린이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도 잘 맞추어서 적절하게 어울릴 줄 알았다. 상대의 음역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화음을 넣어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낮은 음만 낼 수 있는 데다 음치여서 상대에게 맞춰주고 어울리는 능력이 떨어졌다. 219


 "하지환 씨가 빠뜨린 것도 아니잖아요. 초등학생이 물에 빠진 사람을 어떻게 구해요? 하지환 씨는 최선을 다한 것이죠.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오히려 그때 받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엄마로부터 위로를 받았어야 했어요. 그때 죽지 않고 살아와줘서 정말 감사해요. 대견하고 훌륭해요. 하지환 씨가 그때 죽어서 지금 볼 수 없었다면 저는 정말 슬펐을 것 같아요."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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