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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st_ 성수대교 > 서울숲 > 청담대교 아래 뚝섬유원지


2012년 2월 6일 월요일.
나보다 한강다리 건너기를 먼저 한 친구와 함께 미스터피자에서 배를 든든히 채운 뒤에 7호선 철산역에서 출발.
3호선 압구정역에 도착해서 성수대교를 향해 걸었다. 구체적인 정보는 찾아오지 않았다.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지도에서 성수대교 가는 쪽 출구를 찾았고, 그대로 쭉 걸었다. 1번 출구. 가다가 S-Oil이 나오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었다. 보이는 건 분명 다린데,

"저기 인도가 있긴 한거야?"
 
사람이 건널 수 있다, 없다, 그런 것도 미리 찾아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설마설마 하면서 가까이 갔더니, 인도가 있긴 했다. 약 1미터 가량의 폭. 좁지만 그저 반가울 뿐. 달려오는 차를 마주하고 걷는 건 영 불편해서, 왔던 길을 돌아가 반대편으로 건넜다. 한 번 당했는데도, 또 다시 의심이 솟았다.

"설마 이쪽엔 인도 없는 거 아냐?"

코 앞까지 가야만 보이는 인도. 안도의 한숨 그리고 반가움. 그렇지만 '인도의 존재 유무'에 당한 건 이렇게 두 번이 끝이 아니었다는 거.

일단 우리는, 드디어 한강다리를 걷기 시작한 거다. 그런 거다! 야호! 나에겐 첫 경험. 생각보다 기분이 상쾌하지 않았던 건,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내뿜는 매연에 공기가 매우 탁했기 때문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성격이 다른 상쾌함이 밀려왔다. 또 하나, 내 왼쪽으로 남산이 보였던 것도 날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저 남산만 보이면ㅡ

바람이 불었고, 머리는 엉켰고, 폴라로이드가 든 가방은 점점 어깨를 짓눌렀고. 한 편으로, 친구는 필름카메라로 한강 위 깨진 얼음과 열 댓마리 이상 몰려 있던 새들과 우리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고, 난 폴라로이드로 친구와 나를 한장씩 뽑아내었고. 뒤통수만 나온 친구와, 얼굴 없는 정면 사진의 내 모습. 그래도 마음에 들어.


"헐 설마 저기에서 인도가 끊기나?"

라는 말만 세 번 했을까. 구불구불한 모습의 다리는 우리를 자꾸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매번 이미터 가량의 횡단보도가 있었고, 인도는 계속 이어졌다. 그랬다. 그렇게 우리는 성수대교 건너편에 있다는 서울숲에 도착한 거다! 서울숲에 도착해서, 가을하늘 높디 높을 때, 단풍이 울긋불긋할 때 같은 장소에 와 사진을 찍었던 것을 떠올리며 벤치에 가 앉았다. 앙상한 겨울 나무가 보였다. 넓은 잔디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나 아름답지 않았다. 스산하고 허전하고. 

"가을에 친구들이랑 여기 들어가 앉아서 치킨 시켜 먹었는데. 맥주랑."
"아ㅡ 좋았겠다. 그런 거 생각하면 겨울 별로라니까. 밖에서 뭐 먹을 수도 없고."

우리는 편의점에 가서 허쉬 쿠앤크 초콜렛을 먹으며 당분섭취. 피자를 어찌나 먹었는지, 배는 그닥 고프지 않은데, 몸은 좀 차가워서 컵라면이 무지 땡겼다. 라면 냄새만 폴폴 맡으며 군침을 삼키고.



다섯시 쯤 되었을까. 몸은 차가워서 이제 집에 가면 딱 좋겠는데, 처음 계획했던 건 이게 아니었다. 분명, 서울숲에서 뚝섬유원지까지 걷기로 했단 말이다. 몸은 이제 가라하고, 마음은 도전하고 싶고. 갈등을 하다가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Go, 뚝섬! 지도 어플을 이용해서 현 위치를 찾고, 방향을 잡고, 
발걸음도 힘차게, 뚜벅뚜벅!

걷고걷고또걷고. 눈에는 이것저것 들어오는데 기억에 남지는 않고. 그저 낮고 허름한 건물들. 이마트 본사와 조그만 학원을 들어가던 남학생들 셋. 그러다가 영동대교를 지났고, 드디어 표지판에 건대입구역이 보였다.

"다왔다!"

잘 찾아왔구나ㅠㅠ. 감격하면서 건대입구역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뚝섬유원지에 도착. 저 멀리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계단 아래에 꽤나 모여 있었고, 지금은 불을 지피던 아저씨 한 명과 고딩 여자 셋, 그리고 그 중에 셀카를 찍던 아이 하나가 생각난다. 그 아이를 보며 이 어둠에 뭐가 찍힐꼬. 라고 생각했던 것도. 

청담대교 바로 아래에 앉아서 열차 지나가는 소리를 고스란히 느끼고. 그렇지만 몸이 많이 차가웠던 우리는 금세 일어났다. 그리고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까지 달리기!  



7호선. 철산역 도착.  
하아ㅡ 무사히 마친 나의 첫 한강다리 건너기 여행.






다음엔 한남대교나 반포대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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