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를 익히고자 곱씹고 곱씹었다. 그러다가 심보선의 시집 '슬픔'에 수록되어 있는 狂人行路(광인행로)라는 제목의 시가 떠올랐다. 그 시의 끄트머리에는,
"나는 두려워졌다. 산다는 게 꼭 누가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 같았다."
는 문장이 쓰여 있다. 그렇다. 내가 느낀 바도 이와 꼭 같았다. 나는 마치 내 자유의지에 의해, 철저한 고민 끝의 어떤 선택에 의해 내 삶을 일구어 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남들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실존주의는 이러한, "정해진" 혹은 "남이 시키는 대로", "남이 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을 비판하고 있다.
"칼은 만들 때부터 용도가 정해지지만
사람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사르트르
내가 실존주의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한 문장이다. 이 문장을 통해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는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칼의 본질, 은 날카로움이다. 칼이 필요하다면, 그건 칼의 날카로움을 이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정해지는 것이 없다.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떠한 사고를 갖게 되고, 세상에 어떠한 이로운 일을 하게 될지 아무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지 않는가. 사람은 태어난 본질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선택"에 의해 그의 삶이 꾸려진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본바탕은 '무無'이다. 정해진 인간성이란 없다. 이것이 실존주의의 제1원칙이다. 니체와 하이데거와 달리 사르트르는 '무'에서 허무가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발견했다. 즉 인간의 본질(본성)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주체의 자유로운 선택이 중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인간은 자유에 힘입어 자신의 본질을 선택하고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ISM』(박민영, 청년사) 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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