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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9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 강계열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4-11-27

 

어쩌면 혼자 볼뻔한 영화인데

고민이 많은 친구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 혹시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이 영화를 빨리 보고싶어해서

어쩌다보니 벙개아닌 벙개로, 이 영화를 함께 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얘기하면, 영화는 영화다.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몇 달 전 나도 고민이 참 많았던 때에, 책 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닥치는 대로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책은 책일 뿐. 소설은 소설일 뿐. 결국 나 혼자 결론 내리고 마무리지었다.


티켓 확인해주는 아저씨께서 "2관이십니다, 손수건 준비하시구요."라면서 우리를 안내해주셨는데,

이 날 내 손에는 정말 손수건이 들려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착석을 했다.

예상했던 대로, 손수건이 축축해질 만큼 눈물을 흘렸다. 그렇지만 슬픔만이 강조된 다큐멘터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게 남은 것은, '아, 같이 있으면 재밌는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라는 또 한 번의 다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을 주면서 재미있게 지내셨다.


지난 달에 결혼한 친구네 집에 들러서 신혼부부생활을 살짝 엿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친구 남편이 한 말이 있었다.

"같이 있으면 재밌는 사람하고 결혼 해"

그 둘은 정말 재미있어 보였고, 그 날 처음으로 '아,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실제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더없이 공감하며 볼 영화이다.

나는 그렇지 않아서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는 할머니의 상황에 펑펑 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내게 남은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생의 마감을 앞두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서 반드시 각자에게 남는 여운이 있을 것이고,

또한 지금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아흔아홉의 우리의 모습을 미리 건너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다큐멘터리다.





2015년 1월 2일 CGV 강남에서 미화와 올해의 첫 영화를.

(울어서 팅팅 부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