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 나눔이벤트를 할 때 내 친구가 고른 책.
그 책을 오늘 나눔하러 간다.
친구에게 챙겨주려고 주섬주섬 담고 있는데 책 끄트머리를 접어둔 페이지가 몇 장 보였다.
약 5년 전에 나는 어떤 문장에 줄을 그었을까 궁금해서 펴 읽어보았는데
왜 접어두었는지, 왜 줄을 그어두었는지 모르겠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지금은 전혀 공감하지 않는 것들도.
그러고보면 책은, 한번 읽고, 두번 읽고, 또 세번 읽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매번 바뀌는가 보다.
책뿐 아니라 영화도, 시도, 드라마도 다 같겠지만.
[상실의 시대]
37살인 주인공 '나'는 어둡고 무거운 비구름을 뚫고 비행기가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해, 천장의 스피커에서 비틀즈의 <노르웨이 숲>이 들려오자, 1969년 20살이 되던 해의 가을을 생각한다. 13
"으음, 우리 어머니가 죽었을 때 이야긴데 말이에요."
미도리는 내 쪽을 향하며 말했다.
"응."
"나, 하나도 슬프지 않았어요."
"응."
"그리고 아버지가 없어졌을 때도 전혀 슬프지 않았어요."
"그래?"
"그래요. 이거 좀 심하다고 생각지 않아요?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지 않냐고요?"
"하지만 여러 가지로 사정이 있을 테지. 그렇게 되기까지는." 25
"어떤 종류의 사람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거기서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 거지요." 29
"나 말이지, 당신을 좀 더 알고 싶어요." 33
"더 멋진 말을 해줘요."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만큼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43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항상 냉장고에 갇혀 죽는 꿈을 꾸기 때문에 방 안에 냉장고를 놓지 않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의 비밀스럽고 기묘한 매력이 한 여자의 마음을 사니, 이처럼 사람은 현실 세계에 깊숙이 개입되지 않은, 일상생활에서 유리된 듯한 이미지를 풍겨야 이성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162
여자는 외적 외모나 내적 자질에 대해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사회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 자신의 재능이나 사회적 능력을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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