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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4 THU 스케쥴러에 적은 짤막한 일기
최근에 연달아 읽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당신의 파라다이스』 그리고 『파이 이야기』 모두
주인공들이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이민 또는 항해를 하는 이야기다. 신기하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와『당신의 파라다이스』는 수많은 주변인의 다양한 사연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와『파이 이야기』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당신의 파라다이스』와『파이 이야기』는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서의 여행
이렇게 세부적으로도 또 나누어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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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일주일』을 읽으면서 『체인지킹의 후예』가 떠올랐고
뒤이어 작년에 쓴 일기(위에 적은)가 떠올라 옮겨 적어보았다.
이어서 읽은 두 소설 혹은 세 소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참 재미있는 우연이다.
바로 전 읽은 『체인지킹의 후예』와 『어느덧 일주일』의 공통점은,
『체인지킹의 후예』에서 채연과 영훈이 연상연하 커플이었던 것처럼
『어느덧 일주일』에서는 기연과 준태가 연상연하 커플이다.
『체인지킹의 후예』에서 주인공들이 부모,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어느덧 일주일』에서 준태 역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자신 사이에 가로놓인 벽 때문에 상처받은 인물이다.
등장인물: 기연, 박준태, 기연의 오빠, 신호씨, 아저씨(로 호칭되는 기연의 남편), 노숙자 아저씨
1.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시점을 추리할 수 있게 해주는 힌트가 두 군데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과 감독을 한 영화가 눈을 끌었다. 114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퇴역한 형사 역이었다. 115
하면서 이 소설이 쓰여진 시점을 추리하다보니
2002년에는 난 중2였지. 2002 월드컵이 열리던 때였는데.
헉 그럼 월드컵의 열기가 무르익어나갈 때 작가님은 방 안에 나홀로 틀어박혀 이 소설을 썼던걸까.
하며 혼자서 또 생각의 나래를 무럭무럭 키워가며 샛길로 들어갔다 나왔다.
2.
어느덧 일주일의 주인공 준태는 분명 아버지와 자신 사이에 벽이 놓여있다고 얘기한다.
어렸을 적 목욕탕 가던 길 얘기도, 오직 등을 보이며 화초를 가꾸던 아버지 얘기도 모두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두 군데 있다.
첫번째 토요일, 바닷가에서 수영을 가르쳐 주셨던 아버지의 기억. 그리고
그 사진은 내게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중략) 저녁에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부라보콘을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나는 가슴을 졸이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크게 웃고는 나를 번쩍 안아 들어올리고, "아버지 평생에 이런 대단한 선물은 처음 받아보는구나." 하며 좋아했다. 비로소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123
둘 다 어린 시절의 장면인데 준태가 설명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이좋은 부자지간이 그려져있다.
그럼 준태는 대체 어린 시절의 어떤 시점부터 아버지와 벽이 생긴 것인가. 미스테리.
3.
결혼한 기연과 바람을 피우는 준태라는 두 인물 설정이 주는 특별함 빼고는
정말 별것없는 일주일을 다루고 있는데 이상하게 재밌다. 그러니까 우리 삶도 역시 소설이 될 수 있을까.
▼ 내게 남은 문장들 ----------------------------------------
기연씨의 오빠가 분발한 덕에 우리는 즐겁게 도시락을 다 비울 수 있었다. 87
아침의 지하철에서부터 이어진 멍청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머리를 흔들어보거나 한참 동안 먼 하늘을 바라보아도 여전히 머릿속은 안개처럼 뿌옜다. 몸에서 뭔가 쑥 빠져나간 것 같기도 했고, 뭔가가 들어와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불편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완전히 무방비상태였다. 누가 다가와서, 잠깐 실례합니다, 잠시 간을 꺼내가도 되겠습니까? 하면 네, 그러십시오, 하고 내주었을 것이다. 111
"조금도 미안할 것 없어. 그런 따위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냐. 백년째 썩고 있는 오이지보다 못한 거야. 내겐 네가 누구보다 소중해." 148
딸 규민에게. 네가 가정환경조사서의 아버지 직업란 앞에서 연필 끝을 씹어가며 고민하는 악몽을 꾼 적이 있다. 휴. (딸은 두 돌이 채 되지 않았다.) 159 수상소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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