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남은 문장들 ---------------------------------
나는 연극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을 얻었다. 그 대신 연극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을 잃었다. 저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저들의 열정은 부럽다. 열아홉 어린 나이서부터, 심장에 새긴 '연기'라는 두 글자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는 맹목적인 믿음과 에너지가 부럽다. 나도 저들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내 시간을 모조리 반납해도 아깝지 않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92
사람은 그런 것 같아. 세상에 얼마나 가난하고 힘든 사람이 있든, 자기 세상이 아니면 관심 없어. 오로지 자기 세상에만 집중하게 돼. 그 안에서만 비교를 하고 그 안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거나 그보다 더 높은 곳만 바라보게 돼. 107
"저 생리가 안 나와요."
"뭐?"
임 작가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입을 쩍 벌렸다. 이 상황에서 왜 이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전략적으로 내 나이의 찬란함을 설득하는 그녀에게, 지금 이 순간 내 뱃가죽을 긁고 있는 진짜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굴복했다. 그녀라면 신비로운 혜안으로 내 임신 유무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슨 소리야? 생리통이라며?"
"생리통이 시작됐으면 좋겠어요."
"알아듣게 얘기해!"
"생리 예정일이 2주일이나 지났는데도 피가 안 터진다고요!" 130
그리고 집에서 입기 가장 편한, 목 늘어난 '비 더 레즈' 티셔츠와 서 있어도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무릎 나온 추리닝 바지로 갈아입었다. 193
진실한 대화의 단절이 슬픈 배려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203
가끔은 주변 사람보다 타인이 더 필요한 순간도 있나 봐요.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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