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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살림

#.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 달에 다섯권 이상을 읽곤 했다.

주로 난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만 책을 읽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들기 전에도 책을 펼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어교원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였나 아니면 그 전부터도 그랬나

언제부턴가 출퇴근 길 졸음이 와서 참을 수 없었다. 자도자도 피곤했다. 

그러다보니 한달에 단 한 권도 안 읽는 날이 왔다.


이러면 안 되겠다, 해서 책을 "샀다." 책을 사면 읽을테니까.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난 달 읽은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였고

내 예상대로!!!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고르기 위해 도서관 방문, [미 비포 유]를 빌려왔다.

갈 때마다 다섯권씩 빌렸던 과거의 나를 잊고, 욕심부리지 않고 딱 한 권 빌려옴.ㅋㅋ


워낙에 베스트셀러인지라 오히려 더 읽고 싶지 않았던 소설인데다가

내가 읽기 어려워하는 외국 소설, 심지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그래도 쉽고 재미있어서 편안하게 읽었다.

빨리 읽으려고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읽는 습관을 잃지 않으려고 읽었다.

보름만에야 다 읽었나 보다. 일주일 연장해서 겨우 읽었다. 그래도 뿌듯하다.


좋은 습관은 어쩜 이리도 쉽게 사라지는지.

좋은 습관 한 번 들이기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갖고 있는 좋은 습관은 잃지 않으려고 애써야한다.



#.

마치 내 모습의 투영 같은 클라크.

지금의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한 윌 트레이너의 조언들.

안주하지 말자.



#.

결국엔 내 바람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진 않았지만

새로운 방향의 결론이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다.



#. 

베스트셀러는 역시 베스트셀러인가보다. 실망시키지 않았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기대가 큰데 2016년 6월 개봉 예정이라니. 두둥.





미 비포 유(Me Before You)

저자
조조 모예스 지음
출판사
살림 | 2014-0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죽음 앞에서 사랑이 물었다. 내 곁에서 그냥, 살아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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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퇴근하고 나면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날마다 뭐든 하려고 애는 썼죠. 실내 암벽 센터에서 암벽 등반을 하고, 스쿼시도 치고, 콘서트도 가고, 새로 생긴 레스토랑들에도 가보고.."

"돈이 있다면 하기 쉬운 일들이네요." 나는 항변했다.

"그리고 달리기도 했어요. 그래요, 진짜로." 내가 눈썹을 추켜올리자 그가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 가보게 될 곳들을 생각하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친구들을 만났어요. 아니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인가.."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여행을 계획했죠. 한 번도 안 가본 곳들이나 죽도록 무서운, 혹은 내 한계까지 밀어붙일 일들을 찾았어요. 한번은 해협을 헤엄쳐 건넌 적도 있어요. 패러글라이딩도 하러 갔고. 산맥을 등반해서 스키를 타고 내려온 적도 있지요. 그래요.." 그는 마치, 내가 말을 끊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 나도 이런 일들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아요. 게다가 내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아요.?"

"도시에서 사람들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찾아서 내가 원하는 일이 뭔지를 알아내고, 그 두 가지 일이 가능한 직업의 훈련을 받은 겁니다."

"당신 말만 들으면 참 간단해 보이네요."

"간단해요. 문제는, 굉장히 힘이 든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은 거죠." 291



"..그리고 난 당신이 이처럼 왜소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죽어도 못 보겠어요. 전부 합쳐봤자 8킬로미터 반경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고, 당신을 놀라게 하거나 노력하게 하거나 머리가 핑핑 돌다 못해 밤에 잠도 안 오는 일들을 보여주는 사람도 하나 없는 이런 삶 말입니다." 292



간병인 일에서 가장 나쁜 점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들어 올리고 청소를 하는 일도 아니고, 아득하지만 항상 코끝에 느껴지는 소독약 냄새도 아니었다. 심지어 다들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질 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사실조차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하루 종일 누군가와 딱 달라붙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사람 기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니면 자기 자신의 기분이나. 331



언니는 할 수 있어. 언니가 자랑스러워서 내가 돌아버리겠어. XXX 452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은 약간 편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몰라요. 사람이 안전지대에서 갑자기 튕겨나오면 늘 기분이 이상해지거든요. 하지만 약간은 들뜨고 기뻐하길 바랍니다. 그때 스쿠어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의 얼굴이 내게 모든 걸 말해주었어요. 당신 안에는 굶주림이 있어요, 클라크. 두려움을 모르는 갈망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당신도 그저 묻어두고 살았을 뿐이지요.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고래들하고 수영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당신이 그런다면 내심 좋아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그 줄무늬 타이츠를 당당하게 입고 다녀요. 그리고 어떤 말도 안 되는 남자한테 굳이 정착하고 싶다면, 꼭 이 돈 일부를 어딘가에 다람쥐처럼 챙겨둬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 가능성들을 당신에게 준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일말의 고통을 던 느낌이에요.

이게 끝입니다.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클라크. 처음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그랬어요. 그 웃기는 옷들과 거지 같은 농담들과 감정이라거는 하나도 숨길 줄 모르는 그 한심한 무능력까지. 이 돈이 당신 인생을 아무리 바꾸어놓더라도, 내 인생은 당신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이 바뀌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감상에 빠져 질질 짜는 건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사랑을 담아서, 윌. 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