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책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 예담 (옮긴이: 권남희)



내가 가끔 책을 빌리러 가는, '도서관'같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은 지금까지 전부 마음에 들었다.

이후로 나도 몇 권 추천해주고, 책 선물을 해준 적도 있다.

그렇지만 책을 좀처럼 교환하며 읽게 되진 않았다.

내가 일방적으로 책을 빌려오는 관계랄까.


그런데 최근 언니와 본격적으로 책교환독서를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거나 서점에서 사 읽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읽게 되었고

오늘 읽은 페이지수를 공개하며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ㅋㅋ


첫번째 책 교환 - 고래 (천명관) /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

다음은 - 새의 선물 (은희경) /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종이달

저자
가쿠타 미쓰요, 가쿠다 미쓰요 지음
출판사
예담 | 2014-12-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NHK 드라마화, 미야자와 리...
가격비교



# thank to 곰


제목만 들으면 마치 연애 소설일 것 같은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느낌이 비슷하다.

귀신도 뭣도 안나오지만 왠지 기묘하게 공포스럽고 무섭다.

나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감이 더욱 공포스럽게 만든다.

언젠가부터 이달의 쇼핑 예산을 초과했는데도 카드를 긁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아 곰언니가 내게 아주 적절한 책을 추천해주었구나 싶었다.ㅋㅋㅋㅋㅋ



# 자존감의 빛과 어둠


종이달: 일본에서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 가장 행복한 한 때, 를 의미한다고.

아마도 리카에겐 고타와 함께 한 그 시간들.

그런데 실은, 다 읽고나서도 리카가 왜 그렇게 고타에게 그 모든 것을 퍼주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굳이 왜 고타의 빚을 갚아주었는지, 왜 고타와 그 모든 물질적 풍요로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는지.

내가 그 감정선을 놓쳤는지 싶어 다시 읽어 보았다. 그리고 찾았다.



"연락해도 괜찮아요?"

"어째서요?"

"어째서라니요? 이렇게 술 마시고, 밥 먹고."

"어째서? 어째서 나하고? 친구, 많잖아요, 학생이니까."

"귀찮으면 안 하겠지만요."

리카는 어쩐지 자기보다 열두 살이나 연하인 이 청년은 놀리는 것도 아니고, 빈말도 아니고, 자신에게 뭔가 매력을 느낀 것 같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어째서 하필, 지루한 얘기밖에 못하는데,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하는 수많은 의문을 지금만큼은 의식적으로 옆으로 치워두기로 했다. 기뻤다. 3등급이었던 성적이 2등급으로 오른 것 같은, 선발팀으로 뽑힌 것 같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것 같은 기쁨이었다. 126



남편에게서 받지 못한 인정을 받고, 남편이 사랑해주지 않는 자신의 몸을 사랑해주고, 

자신이 사주는 술과 밥을, 자신의 남편처럼 빈정거리지 않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주는 이 고타로부터

리카는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이 올라갔을 것이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자존감은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리카의 경우, 그 자존감이 잘못 발현되었을 뿐.

그 자존감을 남편, 마사후미가 주었어야 하는 것이거늘.



# 옮긴이의 말,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중간 생략…) 반면교사 역할은 확실하게 하는 소설.

아직 경제관념이 확립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함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뿐만 아니라 결혼은 어떤 사람과 해야 옳은지도 깨닫게 되는 것은 덤


쇼미더머니에서 나온 respect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just be yourself

나 자신이 될 것. 그리고 자기가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상대를 만날 것.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줄 사람.



# 책 꼭지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트림을 삼킨 것 같은 가벼운 불쾌함이 목 언저리에 남았다. 110


지카게는 유코를 칩떠보며 마치 엄마를 시험하는 듯한 어조로 그런 말을 했다. 320 (칩떠보다: 눈을 치뜨고 노려보다)


억눌러도 억눌러도, 그것은 모공에서 분출되는 땀처럼 끊임없이 흘러넘쳤다. 338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반면교사 역할은 확실하게 하는 소설 355


반면교사: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

反 : 거꾸로 반 面 : 얼굴 면 敎 : 가르칠 교 師 : 스승 사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비슷한 뜻을 가지나, 그보다 의미가 더욱 직설적이다.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毛澤東]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오쩌둥은 부정적인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개선할 때, 그 부정적인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