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16년이면 스케쥴러를 작성한 지 9주년이다! 실은 10주년인 줄 알고 좀 더 의미를 두고 싶었으나, 스케쥴러를 쭉 줄세워놓고 세어보니 한 개가 모자람.. 조금 아쉬웠지만, 아홉이나 열이나. 오히려 29때 더 심란하고 30되면 무던해진다는 한 언니의 말이 떠오르면서.. ㅋㅋ 어쩌면 0이 되기 전의 9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음 갑자기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들었던,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요런 제목의 소설이 떠오르기도.
매년 11월 또는 12월엔 연말 행사처럼 스케쥴러를 구입했는데, 그 시기가 오면 또 한 해가 갔다는 것에 씁쓸해지면서도 새로운 스케쥴러를 산다는 생각에 설렘이 동행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스케쥴러를 볼 수 있는 곳은 역시나 교보문고. 연말이면 스케쥴러 코너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어서 그 인파들을 헤치고 내 마음에 드는 스케쥴러를 고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1년에 한 번 의식처럼 치러내는 일이 되어버리면서 그 풍경 또한 이젠 정겹다.
사실 근 3년 간은, 스케쥴러를 사는 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초창기엔 워낙에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스케쥴러를 골라서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젠 내 기준에 맞는 스케쥴러는 세 손가락 안에 끝. 초창기의 스케쥴러 구입 기준은, monthly+weekly/monthly+weekly/.../memo 구성. weekly는 왼쪽 페이지에, 그리고 그 옆페이지엔 꼭 빈 공간이 있어야 했다. 와 말하고보니 글로는 절대 이해 못할.. 내가 봐도 까다로운 구성이군. 중기의 스케쥴러 구입 기준은, monthly 12/weekly50/memo 구성. 이전엔 1월 monthly+1월 weekly가 함께 있어야 했다면, 이 때부턴 monthly는 monthly끼리, weekly는 weekly끼리. 그리고 현재의 스케쥴러 구입 기준은, monthly 12 / memo 구성. weekly는 굳이 필요가 없어졌다. weekly의 공간을 매일 채우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만큼 생각할 시간이 없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그 사이 절대 변하지 않았던 기준은, 만년다이어리는 절대 안 된다는 점 그리고 일주일의 시작은 일요일이어야 한다는 점. 사실 단 한 번, 내 기준을 어기고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스케쥴러를 산 적이 있는데; 맨날 헷갈렸다.
첫 줄에 가지런히 줄 서 있는 아홉개의 노트들이 스케쥴러고, 그 아래 2열로 줄 서 있는 아이들은 그냥 손다이어리. 스케쥴러는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라 깊은 이야기까지 쓰진 못해서, 손다이어리를 따로 준비해 여기에 조금 더 진지한 속얘기를 적었던 것 같다. 떠남 다이어리 중 한 권은 미국 여행 3개월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고, 나머지 한 권은 가끔 국내 여행을 할 때마다 적어 내려간 이야기들이 한 두장 정도로 적혀 있다. 떠남1이 장편이라면, 떠남2는 단편 느낌이랄까.
앗 여기있다. 초창기 구입 기준에 해당하는 스케쥴러!!! 오른쪽 스케쥴러를 보면, 왼쪽 페이지에 4월의 어느 주에 해당하는 weekly가 있고, 그 오른쪽페이지에 빈 공간이 있어서 그 공간을 weekly와 관계 없는 이야기, 혹은 그 주 통째로 해당하는 이야기로 꽉꽉 채우곤 했던 것 같다. 포스트잇 가득ㅎ
오른편에 있는 조그마한 스케쥬러를 보면, 어느 해인지는 모르겠으나 weekly 공간이 점점.. 의미없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ㅋㅋ
weekly가 없는 스케쥴러들. 아마도 14-15년도 것들. 이젠 memo란에, 날짜를 적고, 그 날에 해당하는 생각을 적기 시작. 훨씬 편해졌다.
올해 15년도의 스케쥴러. memo 페이지를 다 쓰고도 아직 12월이 다 가지 않아서, 마지막 겉장?에 해당하는 공간까지 활용중. 근데 아직도 올해가 가려면 20일이 더 남았다. 이면지를 찢어다가 붙여둬야지. 아 올해 이렇게 생각이 많았던가? 놀랍다. 이렇게 끝까지 다 쓴 스케쥴러는 사실 올해가 처음.
이것은 12년도의 스케쥴러. 책 50권 읽기 목표를 하고, 한 권씩 적어내려갔다. 하트가 표시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은교,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자기 앞의 생.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가 그 해 재밌게 읽었던 책들. 그 중에 베스트는 꽉 찬 하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곰언니를 위한 생일 선물이었던. 호홋. 언니도 아주 잘 읽고 있다고 하니, (이젠 다 읽었을지도) 아주 뿌듯하다. 하지만 언니가 선물로 준 시집은 아직 시작을 못했.. sorry. 아 그러고보니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도 지수에게 나눔해준 책! 내가 잘 읽은 책을 선물하고, 그도 잘 읽어주면, 참 기분이 좋다.
역시나 12년도의 스케쥴러. 영화는 100편보기가 목표였던가 보다. 그리고 실패.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2012년도에 봤구나. 그 때 이후로 티스토리에서의 내 닉네임이 두얼이 되었는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여주이기도 했던 계륜미. 와 진짜 예뻐도 너무 예쁘다. 그리고 최근, 일본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고 어, 또 내가 좋아하던 일본 영화가 있었는데, 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결국 답을 찾지 못했던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와 같은 비중으로 좋았다고 표시해두었군. 무엇때문이었지?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아마도 12년도 말, 13년에 들어서는 시기에 내 방에서 침대를 뺐나보다. 하하. 먼지도 눈에 잘 띄어서 청소도 자주 하게 만든다니.ㅋㅋㅋ 귀엽군.
떠남1. 장편. 이토록 외로웠는데, 미국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냐 물으면 언제나 대답은, Seattle. Sleepless in Seattle.
잘 부탁해 16년도. 스물아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