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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공연

좋아서 하는 밴드, 웨스트브릿지, 달을 녹이네, 160708



아마도 페이스북에서 봤던 것 같다. 좋아서 하는 밴드 (이하 좋아밴) 공연 소식을!

오직 서른명의 관객만을 모시고 루프탑 공연을 한다고, 서둘러 예매하라는 페북 메시지에

난 정말 마음이 급해져서, 곧 매진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서둘러서 예매를 했다.


물론 그렇게 빨리 매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당일 날 보니, 서른개의 좌석이 꽉 차있었다.




▼ 좋아밴의 공연이 열린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소개







▼ 달을 녹이네, 공연을 예매한 사람들에게 제공 된 음료 한 잔과 커피콩 모양의 마들렌? 같은 거






달을 녹이네, 라는 이름으로 루프탑 공연을 기획한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번째 기획 땐 갑자기 비가 내려 실내 공연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이 첫 번째인셈!





▼ 너무 덥고 습했던 밤, 가만히 앉아 구경하고 있다보니, 





▼ 좋아밴 등장이요! 하하, 달을 녹이네, 컨셉에 맞게 예쁜 초승달이 밤하늘에 새초롬히 걸려있다.





좋아밴 공연 리뷰;)


좋아밴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데,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아마도 내가 스무세네살 즈음.

'일단은 준석이들' 공연을 보러 갔다가 그 곳에 조준호씨가 단독 게스트로 왔던 것 같다.


그 때 처음으로 좋아서 하는 밴드, 라는 이름을 들었고,

브로콜리 너마저, 를 듣다가 곁다리로 좋아밴의 노래를 한 곡 듣게 되고,

가을방학, 을 듣다가 우연히 또 한 곡 듣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좋아밴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최근, 길을 잃기 위해서, 좋아요, Lilly, 등의 노래에 푹 빠져들어

좋아밴 콘서트에 가고 싶다, 가고 싶다, 말만 하다가

정말 이렇게 처음으로, 좋아밴의 공연엘 가게 된 거지.


사실, 좋아밴을 듣다가 또 알게 된 안녕하신가영님이 함께인 좋아밴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긴한데 (ㅎㅎ)

안녕하신가영님 콘서트는 또 가고 싶다, 가고 싶다, 말하다 보면 언젠간 갈 기회가 생기겠지.



▼ 안녕하신가영님이 함께였던 때의 좋아밴! (맨 왼쪽)





조준호씨와 손현씨는, 대학 동기라고 한다.

그 때부터 십수년이 넘도록 함께 해 온 그들 사이에, (복진씨는 언제부터 함께 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

그 이야기들이 한겹 한겹, 아주 끈끈하고 단단하게 퇴적층을 쌓았겠지.


그렇게 그들의 기억과 이야기로 만들어진 노래들과 공연이기 때문에

나는 막, 이번이 처음 함께 한 공연인데도, 그들과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소규모 공연의 장점이랄까 -




내가 좋아밴을 좋아하게 만든 위 세 곡을 불러주지 않아 좀 아쉬웠지만

그 세곡이 없었음에도, 난 좋아밴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스토리텔링'식의 콘서트 진행이, 나는 너무너무너무 좋았던거지.


노래를 한 땀 한 땀 직접 작사 작곡한 이들이기에

그 곡을 만들게 된 계기와 상황과 배경이 모두 이들에게 있었고

그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들으니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노래들이 막, 다, 좋아지는거다.


♪ 친구 사이, 우리 함께 하면, 여행의 시작, 샤워를 하지요, 1초만에 만나는 방법, 봄을 닮은 너는,

두 잔의 커피가 미치는 영향, 왜 그렇게 예뻐요, 천체사진, 달을 녹이네, 나의 주인공, 옥탑방에서, 명왕성


노래의 탄생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특히나 좋아했던 Lilly의 이야기도 궁금했는데, 

다음에, 언젠가, 물을 기회가 있겠지.






특히나 좋았던 곡들 이야기를 조금 해보면, 


1. 명왕성

복진씨가 이야기했다. 좋아밴은 '우주를 좋아하는 밴드'라고. 명왕성도 우주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씌어진 것 같다.

명왕성은, 크기가 너무 작다는 이유 등으로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배경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김춘수의 꽃이 떠올랐는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그 별에게, 명왕성이라 이름 붙였다가 다시 그 이름을 빼앗는 그것이, 좀 슬픈 느낌이었달까.

꽃이었던 명왕성이, 이제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니까.


사랑 이야기로 들리는 우주 이야기, 가사가 무척 슬프다.





2.  옥탑방에서

조준호씨가 대학 때 살던 옥탑방. 손현씨도 공유하고 있는 그 공간, 그 기억, 그 곳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평상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생하게 들려주던 에피소드.

그런데 이젠 재개발 되어 없어진 그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담기어 막 내가 다 울컥했다.


"다음으로 이사올 사람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었지. 고장난 듯한 골드스타 세탁기가 아직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무더운 여름날 저 평상을 만드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평상 위에서 별을 보며 먹는 고기가 참 얼마나 맛있는지

하지만 이 집은 이제 허물어져 누구도 이사올 수가 없네

마음 속에 모아 놓은 많은 이야기들을 나는 누구에게 전해야 하나"





▼ 소설 책 뒷면에 받은 싸인 (ㅎㅎ) 나 요즘 자꾸 책에 싸인 받네.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내가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자랑생략..t_t


2016.7.30-31 보신음악회, 

나는 못가요, 제주도 가요.

다음에 봐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