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관행은 아니지만, 연말 혹은 신년 선물로 주로 캘린더를 선물해오고 있다. 마치 다음 해, 혹은 그 해 1년을 선물하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작년 UE(Unlimited Edition)에서 데려온 두 개의 캘린더도 각자 주인을 찾아갔고, 그 집에 무사히 안착했(기를 바란)다.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이 되면 나의 다음 해를 위한 스케쥴러를 구입하는 데만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이제는 한 가지가 더 늘어난 셈이다. 바로, 캘린더!
그런데 최근, 달력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생겼다. 바로, 원고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원고지 형식을 띈 기록 매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진짜 원고지'를 구입하지는 않으니까(ㅎㅎ) 예를 들면, 원고지 형식의 포스트잇, 원고지 형식을 빌린 편지지 등.
달력과 캘린더,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특별히 대답할 거리가 없기는 한데, 아무래도 둘 다 '기록물'로서의 의미가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방금)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스몰바치북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 두 가지를 모은 '원고지 캘린더'가 나왔다↓
출처. 트위터 책방 무사 @musabooks
출처. 트위터 책방 무사 @musabooks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게 은근히 내가 바라는 캘린더 기능을 잘 하지는 못하는데(ㅋㅋ) 그래도 원고지 분량이 넉넉하니, 캘린더 기능은 조금 부족해도 만족하기로 했다. 나는 데일리로 충분한 칸이 있어야 그 날짜 밑에 요가 간 날엔 요가라고 적고, 몸무게를 잰 날엔 몸무게를 적는 등 다양하게 활용을 하는데 이것은 날짜가 너무 쪼매낳다t_t 그래서 그냥 요가를 메인으로 하여, 요가 간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는 형식으로만 활용중이다 (ㅎㅎ)
이게 또 달마다 원고지 형식이 달라진다↓ 그게 또 넘나 매력적인 것이다 (ㅎㅎ)
"개인 작업은 언제나 오늘 나에게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데 원고지의 새로운 형태는 스스로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를 자극하기 위한 도구를 만드는 데서 시작되었어요. 실험적인 글쓰기를 시도했던 조르주 페렉에게 영감을 받기도 했죠. 촘촘하게 짜인 원고지의 칸을 재배치하면 다른 방식의 글을 쓸 수밖에 없을 테니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컨대 원고지에 칸이 세 개밖에 없다면 달력을 볼 때마다 세 글자의 상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원고지 글자 칸을 비워나가면서 새로운 형태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갔어요. 색과 칸, 쪽 번호 기재란 등 기존의 원고지 형태는 그대로 가져오되 다른 건 모두 비틀었죠. "
출처. CABOOKS http://blog.naver.com/cabooks/220898631088
원고지 형식 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것이, 맨 위에 있는 TO DO LIST 칸이다 ↓
그 달에 꼭 해야할 일 혹은 잊지 않아야 할 것을 적어두니까 달력을 볼 때마다 상기되고 좋다:-)
일단 마음에 들어 구입하긴 했는데, 사실 백지 앞에서 무엇을 적어내려가야할지 모르겠는 것이 사실. 이 빈 원고지를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고민이 없었던 게 아닌데, 책방무사에서 소개해준 글귀↓를 보고 조금 더 편안하게 원고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ㅎㅎ)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갈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오면서 유난히 이곳저곳(카페, 화장품 가게, 영화사, 서점 등)에서 캘린더를 자체 제작하여 사은품 등으로 많이 제공한 것 같다. 물론 올해 내 관심이 더욱 캘린더에 꽂혀서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떻든 간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으로, 그렇지만 없으면 또 불편해지는, 든자리보다 난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무거운 존재감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캘린더가 많이많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 눈에 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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