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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며칠 전 친구가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넌 정말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는 사람이구나."


둘 다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너무' 힘들면 쓰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본인이 쓴 것을 읽기 어렵다고. 

난 힘이 들면 들수록 더 많은 글을 적는다. 계속 적어내려간다. 

누가 볼 것도 아니니 문맥도 영 이상하고 했던 말 또 하는 것 같고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적을 말이 없어질 때까지 적는다. 


며칠 전 어느 날, 생각이 참 많아지는 하루가 있었다. 

촛불 꺼지듯 내 안으로 꺼져 들어가고 싶었던 밤.

지금의 내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만큼 내 마음이 불안정해지던 날. 


집에 와 아무 말도 않고, 일기장을 꺼내 들어서 열심히 휘갈겨 썼다. 쓰고 쓰고 또 썼다.

마음에 들어잇는 것들을 충분히 꺼냈다고 생각했을 때, 쓰는 것을 멈추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것이,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이다.


1월 12일에 빌려와놓고, 2주의 대출 기간 동안 손도 대지 않아서 그나마도 연장하여 일주일을 더 벌었는데,

그래도 읽지 못했던 책. 

그 책을 1월 31일 밤에 읽기 시작해 2월 1일 밤에 눈물 콧물이 범벅된 채 마지막장을 덮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이전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과 '연을 쫓는 아이'를 읽었었다.

읽기 시작하면 금세 빠져들 것을 알았지만, 

그의 책은 어딘가 모르게 사람을 아프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은근히 첫 장 펼치기가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는 책이었다.


그걸, 하루만에 다 읽은 셈이다.

아프던 날 밤, 생각해도 의미 없는 생각을 떨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아픈 책





그리고 산이 울렸다
국내도서
저자 :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 왕은철역
출판 : 현대문학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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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우리 모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넘어 뭔가 특별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것을 기다리지 않습니까. /152


나는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다소 조롱 조르 얘기하면서 살짝 미소를 머금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녀는 젊었을 때의 감정 과잉과 어리석음, 그리고 정신 없이 무턱대고 했던 약속들로부터 거리를 지키려는 것처럼 미소를 머금었다. /394


또한 그녀는 늘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 과장 없이 솔직하게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불유쾌한 것일수록 더 빨리 얘기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약함에 대한 인내심이 없었다. /398


어머니가 말한다.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뭔데요?"

"제임스 파킨슨, 조지 헌팅턴, 로버트 그레이브스, 존 다운. 이제는 나와 관련 있는 루 게릭. 어째서 남자들이 병 이름까지 독점하게 되었느냐?"

 나는 눈을 깜빡이고 어머니도 눈을 깜빡인다. 그리고 그녀가 웃고 나도 웃는다. 내 속이 무너져 내리는데도. /482


그리고 난 567페이지부터 울기 시작했고, 남은 두 장을 읽어내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