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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말하다] 김영하, 문학동네


말하다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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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느낌의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한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34p.


'5년밖에 못 산다면?' 저는 우리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수시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대답이 나올 텐데 그럼 또 물어보는 겁니다. '2년밖에 못 산다면?' 저 같은 경우 그 모든 경우의 수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답이 소설 쓰기였습니다. 이 얘기를 듣더니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10년, 5년, 2년의 우선순위가 모두 같으니까!"

같은 질문을 예술 하는 친구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10년을 산다고 해도 지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하고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이 일을 계속 해야지" 하더군요. "5년밖에 못 산다면?" 물어도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이면 어떠냐?" 했더니 "당연히 프라모델을 만들어야지" 하더라고요. (중략) 그래서 그랬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프라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냐? 2년 후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46p.


최고의 소설이란/

다 읽었는데 밑줄을 친 데가 하나도 없고, 그럼에도 사랑하게 되는 소설. 읽으면서 한 번도 멈춰 서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걸린 데가 없었다는 거죠. 그런데도 왠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남에게 요약하거나 발췌하여 전달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런 소설이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92p.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은 '작가가 될 수 없는 백 가지 이유'가 아니라 '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p.


진짜 깊은 수준의 소통은요, 대화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소설은 인간과 인간이 정말 깊은 수준의 교감과 공감을 하게 해줍니다. 먼저 작품 속 인물들과 소통하는 거예요. 제가 겪은 가장 깊은 소통은 동료 작가와의 만남에서 경험한 적도 없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경험한 적도 없어요. 고요히 혼자 집에서 읽은 책의 내용과 거기 나오는 인물들, 그러니까 책 자체와 소통했던 순간이었어요. 영화는 두 시간이라 너무 짧아요. 뭘 깊이 소통했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가장 깊은 수준의 소통은 소설을 통해 얻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즉 소설을 통해서 획득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실제의 인간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17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