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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시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2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 봐 잠들지 못하는 노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따로 연애하는 남편

성적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자식과

생활비가 걱정되는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운이 없는 여자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만일 그들 모두가 하나의 물결처럼

자신들의 집을 나온다면,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비추고

그래서 그들이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렇게 되면,

인류는 더 살기 힘들어질까,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

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더 외로워질까.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만일 그들 모두가 공원으로 와서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태양이 다른 날보다 더 찬란해 보일까.

또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서로를 껴안을까.






내가 배가 고플 때


내가 배가 고플 때

당신은 인도주의 단체를 만들어

내 배고픔에 대해 토론해 주었소

정말 고맙소

내가 감옥에 갇혔을 때

당신은 조용히 교회 안으로 들어가

내 석방을 위해 기도해 주었소

정말 잘한 일이오

내가 몸에 걸칠 옷 하나 없을때

당신은 마음속으로

내 외모에 대해 도덕적인 논쟁을 벌였소

그래서 내 옷차림이 달라진 게 뭐요?

내가 병들었을 때

당신은 무릎 끓고 않아 신에게

당신과 당신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소

하지만 난 당신이 필요했소

내가 집이 없을때

당신은 사람으로 가득한 신의 집에 머물라고

내게 충고를 했소

난 당신이 날 당신의 집에서 하릇밤 재워 주길 원했소

내가 외로웠을 때

당신은 날 위해기도하려고

내 곁을 떠났소

왜 내 곁에 있어 주지 않았소?

당신은 매우 경건하고

신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 같소

하지만 난 아직도 배가 고프고

외롭고

춥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소

당신은 그걸 알고 있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줄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 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등을 문질러 주고 얼굴에 입맞춰 줄 사람

잘 자라는 인사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나눌 사람

아침에 내 꿈에 대해 묻고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 줄 사람

내 이마를 만지고 내 다리를 휘감아 줄 사람

편안한 잠 끝에 나를 깨워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_ 작가, 자디아 에쿤다요 (32세. 수혈 중 에이즈 감염)






당신이 하지 않은 일들

 

내가 당신의 새 차를 몰고 나가 망가뜨린 날을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날 때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말했는데도 내가 억지로 해변에 끌고 가 비를 맞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했잖아 하고 욕을 하리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히지 않았어요.

내가 당신을 질투나게 하러고 다른 남자들과 어울려 당신이 화가 났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떠나리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내가 오렌지 주스를 당신 차의 시트에 엎질렀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내게 소릴 지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깜박 잊고 당신에게 그 댄스 파티가 정식 무도회라는 걸 말해 주지 않아서 

당신이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났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내게 절교를 선언할 줄 알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내 생각과는 달리 당신이 하지 않은 일이 참 많았어요.

당신은 나에 대해 인내했고 나를 사랑했으며 보호해 주었어요.

당신이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올 때 당신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_ 작년 (벌써 작년이라고 부르게 된 2015) 5월의 어느 날에, 바로 그 날에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벼룩


그대 벼룩에게도 역시 밤은 길겠지.

밤은 분명 외로울 거야.






죽기 전에 꼭 해볼 일들


혼자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에게 살아 있을 이유를 준다.

악어 입을 두 손으로 벌려 본다.

2인용 자전거를 탄다.

인도 갠지스 강에서 목욕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누군가의 발을 씻어 준다.

달빛 비치는 들판에서 벌거벗고 누워 있는다.

소가 송아지를 낳는 장면을 구경한다.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보낸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한 사람에게 열 장의 엽서를 보낸다.

다른 사람이 이기게 해준다.

아무 날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친구에게 꽃을 보낸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른다.






나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잠언시


세상의 소란함과 서두름 속에서 너의 평온을 잃지 말라.

침묵 속에 어떤 평화가 있는지 기억하라. 

너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한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네가 알고 있는 진리를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라. 

다른 사람의 얘기가 지루하고 무지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들어주라.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므로. 

소란하고 공격적인 사람을 피하라.

그들은 정신에 방해가 될 뿐이니까.

만일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면 

너는 무의미하고 괴로운 인생을 살 것이다. 

세상에는 너보다 낫고 너보다 못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

네가 세운 계획뿐만 아니라

네가 성취한 것에 대해서도 기뻐하라.

네가 하는 일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그 일에 열정을 쏟으라.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것이 진정한 재산이므로. 

세상의 속임수에 조심하되 

그것이 너를 장님으로 만들어 

무엇이 덕인가를 못 보게 하지는 말라.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모든 곳에서 삶은 영웅주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너는 너 자신이 되도록 힘쓰라.

특히 사랑을 꾸미지 말고

사랑에 냉소적이지도 말라.

왜냐하면 모든 무미건조하고 덧없는 것들 속에서

사랑은 풀잎처럼 영원한 것이니까.

나이 든 사람의 조언을 친절히 받아들이고

젊은이들의 말에 기품을 갖고 따르라.

갑작스런 불행에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정신의 힘을 키우라. 

하지만 상상의 고통들로 너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말라.

두려움은 피로와 외로움 속에서 나온다. 

건강에 조심하되 

무엇보다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너는 우주의 자식이다.

그 점에선 나무와 별들과 다르지 않다. 

넌 이곳에 있을 권리가 있다. 

너의 일과 계획이 무엇일지라도 

인생의 소란함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너의 영혼을 평화롭게 유지하라.

부끄럽고, 힘들고, 깨어진 꿈들 속에서도 

아직 아름다운 세상이다.

즐겁게 살라. 행복하려고 노력하라.


_ 오늘(2016.1.1.) 대구일보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에 실린 시. 2016년도 즐겁게 살자. 많이 웃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