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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시

개기 일식



개기 일식

       이신


어쩌다가

어쩌다가

한 번


먼 길을 돌아온 자가

온 생을 다해 기다리던 이를

등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는 일


그 눈부신 만남에

그만, 눈앞이 감감해지는

아찔한 찰나





*


지하철을 기다리다 보면 스크린도어에 적혀있는 시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며칠 전 강남역에서 읽은 이 시가 마음에 들어 급하게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왔다.

개기 일식이라며,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소리만 귀에 익어

그 순간을 이렇게 조용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글이 굉장히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