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의 <28>을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게) 읽은 후에,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다가 발견했다.
사실은 <7년의 밤>이나 <내 심장을 쏴라>(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를 더 읽고 싶었으나 그 작품들은 워낙 인기가 많아서;
이미 대출예약자까지 줄을 선 상황이었다.
차선책으로 선택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우선 <28>보다 훨씬 읽기가 수월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어쩌다 모이게 된 열다섯 살 친구들 세 명과, 베일에 싸인 할아버지, 그리고 루스벨트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 의 조합.
책 읽는 동안 나도 왠지 그 무리에 끼어있던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결국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장면에서는, 나도 함께, 갑자기 허전해졌다. 이 새벽에.
#주인공들: 준호, 정아, 승주, 할아버지, 루스벨트, 규환이 형
[책갈피]
[1] 시인의 아들, 준호가, 초가을 같은 여름밤 하늘을 바라보며, 루스벨트에게 읊어준 시. (200p)
호수,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함 사이에서
더욱 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랑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2] 시를 다 읊어준 준호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루스벨트에게 묻는다. (204p)
"너도 꼭 만나야 할 개나, 미치도록 그리운 개가 있냐." (ㅋㅋㅋ 사실 이 부분에서 빵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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