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굉장히 편식된 책읽기를 한다.
오직 소설. 그 중에서도 국내 소설.
물론 소설이라는 범주 내에서는 그나마 골고루 맛보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손은 잘 안 가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하는 외국 소설,
예를 들면 파이이야기, 오페라의 유령 등.
한 달에 약 7권을 책을 읽는다 치면, 그 중에서 한 두 권은 외국 소설을 읽으려고 '마음은' 먹는다. 잘 되진 않지만.
그렇게 국내 소설을 읽다 보니, 좋아하는 국내 작가가 여럿 생겼고, 또 좋아하는 출판사가 생겼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책을 편식하게 되고, 또 한 출판사의 책만 주구장창 빌려 보게 되는 버릇도 생겨버렸다.
편식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나의 취향이 생겼다는 점은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 딱 내가 느낀 그 지점.
아무거나, 혹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대로 책을 고르게 되는 그 시점이 왔을 때 내 마음에 찾아 온 황홀감.
그것을 [랄랄라 하우스]의 한 꼭지에서 김영하가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점에 다다르기까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에세이도 별로 즐겨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순전히 김영하 작가가 썼다는 이유로, 고르게 됐다.
그리고 "역시" 라는 말이 새어나올 정도로, 이 책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구입까지하게 된 책.
랄랄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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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한국인들이 한국어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 중의 하나는 이런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다, 나는 고등교육을 받았고 따라서 한국어를 읽을 수 있다, 는 것이다. 물론 표음문자인 한글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라도 발음할 수 있다. ... ... 그러나 단순히 읽고 발음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중략)
한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오해는 소설에 대해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나는 한국인이다. 나는 고등교육을 받았고 소설쯤은 아무 문제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내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는 단지 시간이 없거나 소설들이 재미없어서일 뿐이다.' 한편 피아노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피아노? 어렸을 때 조금 배우긴 했지만, 지금은 전혀 못 치죠. 듣는 거요? 글쎄요.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이런 현상은 그림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한다. 적절한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칸딘스키나 잭슨 폴록, 앤디 워홀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설에 대해서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 ...
... ... 독서에도 일정한 훈련과 의식적인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분명한 대가를 받는다. 소설은 춤과 같아서 처음에도 즐겁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아는 작가가 많아지고 출판사나 번역자에 따라 책을 고르는 요령들을 터득해감에 따라 취향은 분명해지고 만족감도 커진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알 수 없던 대형 서점이 자기 방 서재처럼 친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동시에 소설을 읽는 목적도 달라진다. 감정이입을 통한 즉자적 수준의 감동보다는 텍스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뀐다. ... ... 소설 역시, 그래 이건 내 얘기야, 라는 단계에서, 이건 내 얘기가 아니지만 새롭고 탁월해, 라는 단계로 전이할 수 있다. ... ...
이 단계로 전이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치 초보 운전자들처럼, 바이엘을 배우는 피아노 학원생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의 초보다. 따라서 훈련이 필요하다. 독서도 피아노와 같은 하나의 숙련된 기능이다.' ... ...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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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과학 서적'의 초보다. 따라서 훈련이 필요하다.
소설을 읽으면 3일이면 읽을 것을,
사회과학서적을 손에 쥐고 있으면, 소설보다 훨씬 얇은 책이라 할지라도 일주일이 넘도록 끝내기가 어렵다. 그러다 포기.
그래서 자꾸 피하게 된다.
그래도, 이번 포스팅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다짐해볼까. "한 달에 한 권 무조건 사회과학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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