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여행가야지, 책 읽어야지, 영화 봐야지, 했는데
막상 시간이 났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요즘
퇴사 2주만에 처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흐흐
이수 아트나인
그 곳 분위기가 좋아 종종 찾기는 하는데 아트나인 언저리, EAT NINE에서만
친구를 만나고, 영화포스터를 보고, 커피를 마시다가 돌아오길 여러번.
오랜만에 아트나인을 찾았더니 그 조그만 규모에, 알면서도 또 한 번 놀랐다
아늑해
이 영화는 사실 남자가 보기에 굉장히 불편한 영화인지라 대부분 혼자 온 여성 관객이었..
는데 갑자기 영화 시작하자마자 내 앞으로 지나가시는 웬 할아버지 관객 한 분
이 할아버지 대체 누구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볼 생각을! 혹시 영화계에 종사하시는 분?
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영화 중반부터 코를 골며 주무셨당 흠
그럼에도 푹 빠져들어 봤던 이 영화
대니쉬 걸
한 장면도 놓칠 것이 없었다. 숨이 자꾸 막혀서 죽을 뻔 했다.
특히 아이나가 게르다의 부탁으로 모델이 되어주었던 이 순간
이때의 에디 레드메인 연기가 난 너무 좋았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 손 끝 하나하나, 눈빛의 흔들림
드레스를 꼭 쥐고 스타킹을 신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는 시선
자신도 알 수 없는 그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 작은 움직임들..
손으로 목 언저리를 쓸어내리면서 나지막이 긴 한숨을 쉬었다
어떡해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면서 아이나의 아름다움에 놀라기를 여러번.
뭐야, 진짜 예뻐
그러나 더 놀라웠던 것은 아이나를 향한 게르다의 사랑
아이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면 가능한 것일까.
아이나를, 한 남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사랑했기 때문에
남편을 잃으면서도 아이나의 곁에 머물렀던 것이겠지
아이나가 눈을 감기 직전,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뭔데 이런 사랑을 받는걸까? 이제 난 두려워할 게 아무것도 없어."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머릿 속에 빙빙 맴돌았던 것은
아이나의,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I am entirely myself.")보다도
한 사람을 향한 게르다의 사랑이었다.
"당신은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고, 날 존재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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