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작 서른석!!!에 불과한 아주 조그마한 상영관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영화를 봤기 때문에 분명 더 좋았겟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 보다가 잠들지도 모를 것 같은 피곤함을 양 어깨에 한가득 진 두 사람이 만나서
밤 11시 영화 종료 후 "그럼 언제 놀아?"를 연발하며 그토록 에너지 넘치는 여인들이 된 데에는
우리들 영화 자체의 힘이 정말 컸다고 생각한다.
2.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 공개된 모든 영상들을 전부 챙겨보았더니
윤가은 감독님이 아이들에겐 애초에 시나리오를 주지 않았다고.
촬영 직전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고, 그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물론 예민한 감정신 혹은 꼭 필요한 부분에선 대사를 주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의 연기가 정돈되었다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정말 내가 가르치는 우리 학원 아가들처럼 꾸밈없이 자연스러웠다.
3.
영화를 보면서, 선이가 보여주는 "관계맺음"을 위한 끊임없는 용기에 번번이 놀랐다.
본인이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불구하고
보라에게, 그리고 지아에게, 계속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말을 걸고, 기대를 한다.
그것이 나는 엄마아빠에게 받는 사랑으로 자라난 선이의 "자존감"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정말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도 여겨지는 선이의 엄마 캐릭터이지만,
그래도 그녀 덕분에 이 영화가 아주 막장으로 치닫지는 않았던 것은 아닐까.
엄마아빠에게마저 사랑받지 못하는 선이라면, 이 영화는 "우리들"이 될 수 없었을 것 같다.
재간둥이 막내 윤이의 정말 상상도 못했던 반전 대사 이후,
친구한테 두들겨 맞기나 하는 철부지같은 동생에게 오히려 한 방 먹은 누나 선이가
손톱 끄트머리에 남은 봉숭아물을 만지작거리며 자꾸 지아를 쳐다보는 눈빛에서
"너도 봉숭아물 다 없어졌지? 같이 봉숭아물 들일래?"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지아와 선이가 "우리들"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우리 귀요미 윤이가 아주 큰 역할을 해준 셈이다ㅎㅎ
아 정말, 윤이때문에라도 나는 이거 두 번은 더 볼 수 있겠다.
4. 우리들, 보고 나오는 길, 봉숭아물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한 우리의 재간둥이 언니는ㅋㅋㅋㅋㅋ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다이소에서 천원에 봉숭아물들이기를 구입, 우리들의 손가락에 봉숭봉숭 물을 들여주었다.
우리들, 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윤이의 명대사를 잊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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