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으면 그 생각들에 휩싸여 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채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나는 그래서 최대한 머릿속을 비워내기 위한 수단으로 일기를 쓴다.
일단 적는 행위를 마친 후에는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종이 위에 적어내려간 내 머릿속 사유들은 웬만해서는 돌아보는 일이 없는데
다만 1년에 한 번, 한 해를 돌아보며 쭉 훑어 읽는다.
2016년은 유난히 "관계" 속에서 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옆으로 옆으로 더욱 넓어진 해였다.
그것이 기쁨이었건 상처였건 만족감이었건 실망이었건 간에
그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와 그 때를 찬찬히 기억하면 결국 다 미소로 돌아볼 수 있으니
결론은, 2016년도 참 괜찮은 해였다:-)
ㅡ
내가 쓴 일기 훑어보다가 혼자 또 마음에 들어 꼽아본 세 편의 일기
[1]
아이, 기분 좋아랏.
모카책방에 와서 책 읽고, 예쁜 노랑노랑함에, 오늘 흘린 땀들도, 그 땀 때문에 느낀 불쾌함도 사라지는 기분이어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평일 오후 5시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니. 맥심모카는 사랑이어라. ㅎㅎ
갑작스러운 만남이 가능해진 오늘 저녁,
슬프고, 기쁘고, 귀엽고, 예쁘고, 불쾌하고 짜증나는 모든 감정에 솔직한 그녀를 만나서 더욱 나다운 나로, 재미있게 놀다 들어가야지.
감정에 솔직한, 그리고 감정기복이 남다른, 조그마한 것에도 과하게 반응하는 그것의 장점을, 요즘은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
정도껏 느끼고 정도껏 사랑하고 웬만한 것에 무심한, 그런 감정 상태의 지루함에 대해서 무척, 배척하고 있다.
과하게 사랑하고, 과하게 슬프고 싶다.
[2]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많은 노래와 더 많은 시, 그리고 소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3]
제주를 걸어다니다가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렸고
청평에서 블롭점프를 하다가
허벅지에 커다랗게 멍이 들었고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다가
라면 냄비에 손목이 빨갛게 데였는데
내 몸에 남은 그 흔적들이
그 때를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그 기억을 품어주고 있어서
결코 흉이 아닌 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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