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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하루]를 기획, 연출, 각본한 김종관 감독의 영화라고 들었다.
실은 감독의 이름을 알기 전 출연 배우들부터 알게 되었고, 정유미와 한예리,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 이름까지 들으니, 기대감까지 쭈욱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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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영화를 보고 한참 시간이 흐르면, 영화의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말아서 남아있는 기억이 결코 정확하지 않지만
[최악의 하루]를 떠올렸을 때 남아있는 느낌 중 가장 큰 것이 있다면 그건,
아, 뭔가 되게 허탈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자꾸 나왔던 것, 이희준 배우의 역할이 특히 웃음을 많이 주었는데,
그 웃음이 유쾌해서라기보다는 어이가 없어서였다는 것. 그것이다.
[더테이블]에서 그 상황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짝꿍이 있다면, 오전 11시, 그 테이블에 앉았던 배우 유진과 그녀의 전 남친.
전남친 역할의 배우분, 내가 참 좋아하는 인상이신데, 어쩜 그렇게 얄밉던지.
얄미움에 대한 공감으로 관객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리는 포인트가 몇 번 있다.
오후 2시 반, 그 테이블에 앉은 경진과 민호, 에게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바로 눈빛 나눔이었는데,
특히 경진의 눈빛에서 그녀가 앞에 앉은 남자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
흔들리고 감추려 들고 그래서 더욱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상처받은 듯 눈물이 고이는 등.
남자배우 여자배우 모두 내겐 생소한 사람들이었는데, 둘 다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오후 다섯 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은희와 숙자. 처음엔 도무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던 관계.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라고 해야하나. 흥미로웠다.
[더테이블]을 다 보고난 후에 내 마음 속에 떠오른 한줄 감상평은 '마치 소설을 읽고나온 것 같다'였는데
아마 그 느낌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관계가 바로 이들일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 상상도 해본 적 없던 인물들, 만난 적 없는 성격의 사람들, 그밖의 예상하지 못하는 관계, 환경, 상황, 등
이것들이 내가 소설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들인데, 은희와 숙자가 바로 이 이유에 속한다.
저녁 아홉 시, 마지막으로 그 테이블에 앉은 혜경과 운철. 내 기준에서는 가장 진부한 관계.
그나마 마지막에 흔들리는 마음 애써 누르며 'NO'라고 외쳐준 운철 덕분에 '덜' 진부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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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한 테이블에 앉았다 간 네 인연들에 대해서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풀어낸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70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짧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여운까지 남아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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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엔딩크레딧 오를 때 출연진 이름 중 '산책하는 개'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던 것,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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