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책!"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바로 다시 첫 장으로 되돌아갔다. 2부 마지막에 포함된 두 번의 반전때문에 무심코 흘려 읽었던 1부의 각 장면을 확인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어수웅 기자)
"소설의 결말부는 제아무리 명민한 독자라도 '예감'하기 어려웠을 충격적인 반전을 마련해 놓는다. 독자는 할 말을 잃은 채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최재봉 기자)
이런저런 문학상을 받은 책을 여러권 읽어봤지만, 책 띠지에 적힌 추천사에 이토록 공감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이 소설의 내용과 관련하여 덧붙이자면, 내 기억에 생략과 왜곡이 있을 수 있어 이 말은 어쩌면 거짓일 지도 모르지만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에 의하면, 진실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은 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하며 잠시 멍했다가, '내가 이해한 게 맞아?' 하면서 앞 장으로 넘기고, 더 앞 장으로, 또 더 앞 장으로 넘기길 여러번 했다.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결론을 알게 된 뒤에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퍼즐의 빈 조각이 맞춰졌다.
이 책을 다 읽어내기까지 내겐 두 번의 고비가 있었는데, 그래도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다.
처음 읽었을 때 다 읽어내지 못하고 포기했던 책을, 몇 개월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다 읽어낸 책이 세 권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코끼리는 안녕』,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 다 읽어내지 못하고 포기했던 책 중에 여전히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책은 한 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성공하고 나니, 없던 자신감이 괜스레 생겨나서 다음 읽을 책으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골랐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성공한 책들은 지금까지는 전부, 좋았다. 읽기를 참 잘했다, 고 생각했다.
다음 책을 읽고난 후에도 같은 기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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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2부 후반부에 토니가 예상했던 것들, 추측했던 이야기는 전부 틀렸는데, 왜 제목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일까.
아니, 어린 토니가 적어 보낸 저열한 내용의 편지가 결국 베로니카의 삶을 예고해주었기 때문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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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마치 베로니카와 토니 사이에 있었던 일처럼
그 사람과 나 사이에도 서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시간이 지나 왜곡된 것으로 밝혀질 "진실"이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것과 그 사람이 기억하는 것은 결국 다를텐데
어떤 기억이 '객관적으로' 진실인가를 가를 수 있는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텐데
우리는 사십년 후에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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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로니카는 먼저 와 있었다. 나는 멀찍이서 그녀를 알아보았다. 키와 자세만 보고 금세 알아보았다. 누군가에 대한 기억에 자세의 이미지가 늘 따라붙는다는 건 묘한 일 아닌가. - 156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165
그리고 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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