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는 고개를 휘이휘이 양쪽으로 저으며 건물 간판 보는 것을 좋아하고 지하철에서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노래를 들을 시간도 필요하고 멍 때릴 시간도 필요하고. 그래서 내겐 팟캐스트를 들을 시간이 없다고, 그리고 실은 내가 귀로 무언가를 집중해서 듣다 보면 잠이 오는 애라고 변명 혹은 핑계이기도 한 이유들을 열거하다보니 팟캐스트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영언니와의 책교환을 계기로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알게 된, 책가방에 들어 있던 레볼루셔너리로드를 읽고 싶지 않아서 차선으로 듣게 된, 그렇게 오늘 6회 째 맞이하게 된 이동진의 빨간책방
책 대 책 코너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 예상 외로 내가 읽었던 책 소개가 꽤 많아서 반가운 놀라움이 있었고, 소리 나는 책 코너에서 이동진이 읽어주는 어떤 문구에 1초만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고, 난 뭘 하며 먹고 살게 될까 고민이 한가득인 오늘 같은 날에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사라진 직업들의 역사 같은 책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을 받기도 했고, "책을 쓰는 이들은 결국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뻔한 수사를 쓰는 작가는 굉장히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굉장히 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사용한다" 등의 개인적인 생각 혹은 잡스런 얘기들을 들으며 크게 공감하기도, 와 그렇구나 하며 사고가 트이기도, 또 길을 가다 피식 웃기도 했다. 아 이래서 팟캐스트를 듣는구나. 덕분에 가속도 붙었던 책읽기는 잠시 또 주춤하지만, 책정보수집 혹은 관심사 확장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정주행 중이다.
처음에 내가 아는 이동진 얼굴과 그의 목소리가 매치가 좀 안됐는데 이젠 꽤 익숙해졌고, 그의 웃음소리도, 그가 말한대로 조금은 경박스럽다고 생각했는데ㅋㅋㅋ 이젠 그것조차 이동진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김중혁 작가는 내가 소설로만 아는 분이고 얼굴은 전혀 몰랐는데, 팟캐스트를 들으며 THE END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 김중혁 작가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ㅡ 궁금했는데ㅋㅋㅋ 찾아보자마자 웃음이 빵 터지는 외모를 소유하셨다. 나쁜 의미는 아니고, 6회까지 내가 상상만 해온 그의 이미지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폭소한 거다. 오해하면 안된다.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는 이렇게 팟캐스트를 듣다가 내가 드디어 사회과학서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나의 독서 스펙트럼이 조금씩 넓어지는 것인데. 그것이 꼭 실현되지는 않을지언정 귀로 읽는 책으로서는 나도 사회과학서적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이 정도면 성공이다 싶다.
그런 사이트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추천해주는 책들, 기억하고 싶은 그들의 의견 등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나중에 생각나면 찾아서 사 읽을 수 있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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