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메리카노를 두 잔 원샷한 듯 가슴이 마구 두방망이질 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었던 아침이었다. 짧기도 혹은 길기도 했던 시간. 뭐 하나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이것 했다가 저것 했다가 다시 또 이것을 했다. 자 마음을 가다듬고 코앞의 일부터 해결하자 원경아, 하나씩 하는거야, 나를 타이르며 다행히 이것과 저것을 모두 끝마쳤다. 자존감이 결코 높지는 않은 현재 상태. 그럴 땐, 사소한 목표일지언정 그것을 이루어나가며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오늘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이 상태라면 집밖으로 나가도 되겠다 싶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사실 요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바닥치는 시기인 것 같은데, 길을 걷다가 거울 삼아 흘낏 쳐다본 차창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 나쁘지 않았다.ㅋㅋ 쌩얼인데도 괜찮은걸. 모자도 잘 어울리고! 허허
그리고 듣기 시작한 이동진의 빨간책방 6회 대가의 소설들 with 소설가 김중혁. 며칠 전 출근길에 졸며 듣느라고 싱글맨과 에브리맨 이야기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서 다시 한 번 들었다. 그리고 굳이 시간까지 체킹해가며 메모해두고 싶었던 그들의 대화를 이곳에 옮겨본다. 나를 위로할 의도는 없었겠지만, 현재 내가 처한 상황때문에 위로가 되었던 대화가 있고,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사고의 전환을 하게 해준 말이 있다. 그리고 공감 가는 그들의 생각도 있다. 그리고 6회의 어느 시점에서 "프렉탈적"이라는 말에 대해 이동진님이 설명해준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시간 체킹을 못해서 옮겨적기가 어렵게 되었다. 다시 듣기는 귀찮아..
27'
"장르 소설은 사건을 다루지만, 순수 문학은 사건의 여파를 다룬다"
"대부분의 리얼리즘 작가들은 거대한 사건과 맞닥뜨린 한 인간을 그린다. 그런데 나는 그 인간보다는 거대한 사건을 통과하고 난 한 사람의 당태를 그리고 싶다. 그 사람 속에는 패배의 여파도 있고 폐허가 있고 그러나 여전히 성공의 예감같은 것이 있다. 나는 널부러진 한 사람을 그리고 싶다. 그리고 통과해 낸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고 싶다."
"사건을 겪을 때, 사건을 겪는다는 것은, 인간은 그 사건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걸 할 겨를이 없죠. 근데 그것을 생각하려고 하면 다 통과하고 나서야 가능해지는 거잖아요."
32'
"제가 요즘 제일 싫어하는 단어중의 하나가 멘토라는 단어인데 사회적으로 멘토라는 말이 너무 과소비되기도 하고 멘토와 멘티의 관계라는 건 살아야하는 일정한 어떤 올바른 삶의 방식이 있다 라고 가정하는 거구요. 그 삶의 끝에 멘토가 있고 이제 막 삶에 들어선 멘티가 있는거거든요. 그 멘토의 가르침대로 그 길을 따라가면 저절로 좋은 인생을 살게 된다 라는 가정이 멘토와 멘티의 구조 속에 있는거잖아요. 근데 전혀 아니잖아요. 일단 멘토가 훌륭한 삶의 살았느냐는 차치하고라도 멘토가 살았던 삶의 조건과 멘티가 살았던 삶의 조건은 시대도 다르고 위치도 다르고 다 다른건데 멘토가 이렇게 살아라 한다고 해서 그게 멘티에게 큰 도움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33'
"나는 다른 전혀 연관성이 없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때마침 읽고 있는 에밀쇼의 책과 연관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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