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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빨간책방

이동진의 빨간책방 4회 _ 오프닝멘트: 자주 쓰는 말


이동진의 빨간책방 4회 - 영화가 된 소설들 vol.2 with 소설가 김중혁


"그는 부정의 시인이었습니다. 없다 않다 아니다 말다 못하다 그가 남긴 시 속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것은 이런 부정어들인데요. 176편의 시에 실렸던 5220개의 단어 중에서 98편에서 무려 250번의 부정어가 등장했다고 하죠. 그는 긍정의 시인이었습니다. 좋다 웃다 사랑 사람 이런 말들도 그가 즐겨 쓴 단어들인데요. 그에게 부정은 더 커다란 긍정에 도달하기 위한 몸짓이었나봅니다. 그는 시인 김수영입니다. 좋다 웃다 이런 감정어와 같은 빈도로 사용된 단어는 울다와 설움 같은 말들인데요. 웃음은 높고 울음은 깊죠. 웃음과 눈물의 진폭, 부정과 긍정 사이의 길항,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그 긴장감이 아마도 그의 시가 갖고 있었던 고유한 에너지의 원천이 아닐까, 그리고 40년이 지나도 그의 시가 우리에게 수혈하는 그런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6월 16일 내일이죠. 김수영 시인 44주기가 되는 날인데요. 한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들 속에서 우리는 작가의 세계를 맛봅니다. 나도 모르게 자주 쓰는 말들은 나를 누설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죠요즘 당신이 가장 많이 발음하는 단어는 어떤 말인가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이어서


"저는 굉장히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쓴다고 하더라구요. 또 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도 참 많이 써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저를 장난 삼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 라고 부른 적도 있는데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말 많이 할 것 같구요. 아무튼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가 있죠. 어떤 특정한 시기에 유독 자기 입에 자꾸 올리게 되는 그런 단어도 있어요요즘 여러분들이 많이 쓰는 단어들에 빨간책방 혹은 줄여서 빨책 많이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헛된 망상을 품어보면서 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